태풍에 멈춘 e스포츠 한류, "직접 볼 기회였는데.."
일간스포츠

입력 2011.08.08 11:45




6일 중국 상하이의 세기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신한은행 프로리그’ 결승전의 취소 발표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중국팬들. (상하이=권오용 기자)


'태풍에 멈춘 e스포츠 한류, 그러나 희망은 봤다.'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내 대표 e스포츠대회인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결승전이 태풍으로 연기됐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국내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로리그의 글로벌화를 위해 첫 해외 원정에 나섰지만 태풍이라는 천재지변으로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중국팬들의 뜨거운 반응에서 한국 e스포츠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회 취소에도 자리 지켜

이날 오후 4시30분께 중국 상하이의 번화가 남경로에 위치한 세기광장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 있었다. 매년 여름 부산 광안리에서 개최되던 한국 최대 규모의 e스포츠대회인 신한은행 프로리그 결승전을 보기 위한 팬들이다. 이들은 중국측 대회 주관사인 Sitv가 태풍 무이파로 오후 2시께 결승전 취소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안내방송을 계속 했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날씨가 흐릴 뿐 비도 오지 않고 바람도 거세지 않아 대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결승전 시작 시간인 오후 6시가 다가오고 방송 장비가 하나둘씩 철거되자 여기저기서 "경기를 진행해라", "번외 경기라도 하라" 등 결승전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려는 결승전 참가팀 선수들의 버스를 가로막거나 몇몇 여자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망연자실하기도 했다.

중국 전역서 비행기·기차 타고

이들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의 명문 프로게임단과 유명 선수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중국 전역에서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왔기 때문. 중국 산둥성에서 왔다는 여고생 3명은 "부모님을 졸라 비행기표 값을 받아서 3시간30분 날아왔다. 너무 답답하고 아쉽다"며 울었다. 대학생 황모씨(23)는 "이 대회를 보기 위해 3일전 중국 서안에서 2시간30분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로 날아왔다"며 "한국의 대표 e스포츠대회를 직접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KT 롤스터와 경기를 하는 프로게임단 SK텔레콤 T1의 에이스 김택용을 응원하기 위해 대만에서 온 팬들도 있었다. 이들은 대회를 앞두고 개설된 김택용 중국 트위터에서 기대감을 나타내며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특히 '김택용 화이팅' 'SKT WIN' 등을 새긴 응원 플랜카드를 따로 만들고 대회 전부터 '김택용'의 이름을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중국팬들의 뜨거운 반응은 이미 예상됐다. 50원(8200원)인 유료 입장권 1500장이 판매되자 10분만에 매진되는 등 3000장의 입장권이 삽시간에 동이 났고 암표가 등장했다.

프로리그 글로벌화 가능성 확인

협회는 블리자드와의 저작권 분쟁 등으로 침체된 한국 e스포츠의 분위기 쇄신과 글로벌화를 위해 프로리그의 해외 원정 개최를 추진했다. 그러나 태풍으로 4개월간의 준비와 3억~5억원의 비용을 한 순간에 날렸다. 더구나 e스포츠팬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잃은 게 많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다. 프로리그의 글로벌화 가능성이다. 최원제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비록 결승전이 열리지 못했지만 중국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국 e스포츠가 해외에서도 충분히 성공 가능하고 시장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안됐다고 글로벌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계속 해외 진출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기된 결승전은 2주 후 국내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글·사진/상하이(중국)=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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