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64번 잇단 좌절…포기 모르는 ‘차밍걸’
일간스포츠

입력 2011.09.02 13:45

꾸준한 열정 돋보이는 경마계의 ‘명품 조연’

1등만 기억하는 냉정한 경마장이지만 간혹 1등 보다 더 큰 박수를 받는 ‘아름다운 꼴찌’도 있다. 차밍걸이 주인공이다.

그는 입상과는 거리가 멀고 연전연패하는 소위 똥말이다. 하지만 차밍걸을 아는 팬들은 차밍걸에게 환호한다. 경주마로서 작고 혈통도 좋지 않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는 그의 꾸준함과 열정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최영주 조교사가 세심하게 차밍걸의 다리 상태를 살피고 있다 . (KRA한국마사회 제공)



○ 64경주 연속 입상 실패…첫 승 향해 달린다

서울경마공원 현역 경주마로 활동하고 있는 차밍걸(국산 6세 암말)은 64경주 연속 입상(1~2위) 실패란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8월 21일 64번째로 출전한 1200m 경주에서 4코너까지 8마리 중 꼴찌로 달리다 막판 투혼을 발휘하며 데뷔 후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복승식(1~2위 입상)을 기준으로 하면 64경주 연속 입상실패란 기록만 남은 경주였다.

하지만 관중들은 차밍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입상가능한 경주마에만 베팅하는 경마의 특성상 차밍걸은 경마팬들의 베팅대상에서는 철저하게 제외되고 있다. 그러나 경마팬들은 체력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입상여부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차밍걸에게서 진한 감동을 느낀다.

2005년 제주도에서 태어난 차밍걸은 다른 경주마에 비해 체구가 작고 폐활량도 작았다. 보통 말 몸무게가 500㎏인데 반해 400㎏밖에 안 되는 약골이었던 것. 혈통도 그리 좋지 않아 그야말로 별볼일 없는 '부진마'였다. 게다가 2008년 1월 데뷔 후 이후 4년간 내리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폐기처분될 운명이었다.

성적부진 때문에 폐사될 수도 있었지만 변영남(68) 마주와 최영주(44) 조교사는 경주로에 들어서면 죽기 살기로 달리며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 차밍걸을 차마 포기하지 못했다. 차밍걸은 올해만 13연속 입상실패를 하는 동안 한 달에 두 번씩 출전했다. 딱 한번 다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을 뿐이다. 경주로에 나서면 최선을 다했다. 그 모습에 반해 차밍걸을 응원하는 골수팬도 늘고 있다.

차밍걸이 출전하는 경주는 빼놓지 않고 지켜본다는 경마팬 이 모씨(45)는 “지더라도 꾀부리지 않고 결승선까지 성실히 달리는 차밍걸을 모습을 통해 스포츠의 진정한 희망과 용기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차밍걸에게 베팅은 하지 않는다.

경주마들은 한 번 출전해서 전력질주하면 평균 10㎏의 몸무게가 빠진다. 경주마들이 한달에 한번꼴로 출전하는 것도 체력 회복기간을 감안한 때문이다. 국내 경주마들의 연평균 출전횟수가 10~12회임을 감안하면 차밍걸의 출전 횟수는 엄청난 것이다. 부상이 없다면 올해도 20회 이상 경주에 출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영주 조교사는 “차밍걸의 연패 기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1등도 있지만 1등을 향해 달리는 아름다운 조연도 있다. 잔병치례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차밍걸이 첫 승을 달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원근 기자 [one77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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