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퀸스파크레인저스(QPR)로 전격 이적한 박지성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심기가 불편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박지성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이래 6년째 박지성과 그의 부모에게 1등석 항공권을 제공하며 후원사 역할을 도맡아 왔다.
이런 아시아나항공이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박지성의 새 팀 QPR의 공식 후원사가 다름아닌 동종업계의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QPR의 구단주는 말레이시아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를 이끌고 있는 토니 페르난데스다.
9일(현지시간) 박지성은 런던에서 열린 QPR 입단 기자회견에서 붉은색 유니폼을 차려입은 에어아시아 승무원들에 둘러싸인 채 에어아시아 로고가 선명한 새 유니폼을 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박지성에게 몇년째 공들여왔던 아시아나항공로서는 씁쓸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 최대의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는 현재 자회사 에어아시아엑스가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을 운항하고 있어 이 노선에 취항하지 않은 아시아나와는 아직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
하지만 에어아시아가 일본에 설립한 자회사 에어아시아재팬이 빠르면 연내 나리타~서울, 나리타~부산 노선을 개설할 예정이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아시아 항공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에어아시아가 이 노선에 뜰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파이를 빼앗아갈 것은 분명하다는 게 아시아나항공의 분석이다.
또 에어아시아필리핀 역시 조만간 마닐라, 세부 등과 국내를 잇는 노선을 개설할 가능성이 커 이래저래 에어아시아는 아시아나항공과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에어아시아는 또 박지성의 높은 인기를 이용해 국내와 동남아시아에서 박지성 마케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면 지난 4월 박지성과 1년간 홍보대사 위촉 계약 연장을 해 내년 4월까지 박지성에게 비행기 티켓을 후원해야 하는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분명 억울한 측면이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측은 아직 이 문제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앞으로 박지성의 소속사인 JS리미티드와 협의해 상식과 상도의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원만하게 풀어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박지성측과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박지성 외에도 PGA에서 활약 중인 최경주, 양용은, 김경태, 노승열 선수 등에게도 항공권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