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사도 될 물건을 부실 계열사를 끼워넣어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도록 도와준 롯데피에스넷이 공정위로부터 6억4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19일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이달까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제조사인 네오아이씨피로부터 직접 사지 않고 계열사인 롯데알미늄(舊 롯데기공)을 통해 구입했다. 롯데알미늄의 당시 사업영역은 보일러제조 전문업체로 ATM사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덕분에 최근 3년 동안 롯데알미늄은 네오아이씨피로부터 ATM기 3534대를 666억3500만원에 매입해 롯데피에스넷에 707억8600만원에 팔아, 가만히 앉아서 41억5100만원을 벌었다.
공정위는 롯데알미늄의 매출이익 41억5100만원에서 형식적 투자금 2억1700만원을 뺀 39억3400만원이 '통행세' 거래 관행을 통해 지원받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통행세'는 거래과정에 계열사를 집어넣어 수수료를 챙기는 업계의 관행을 일컫는다. 중소기업으로부터 제품을 구입할 때 최종 사용자가 구입하지 않고 중간 단계에 계열사를 넣어 유통단계를 늘려 마진을 챙기는 행위다. 중간 단계의 계열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윤만 챙긴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신동빈 당시 롯데그룹 부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2008년 롯데기공(現 롯데알미늄)의 부채비율이 5366%에 달할 정도로 재무상 어려움이 커지자 신 부회장이 나서 ATM기기 거래를 중간에 끼우라고 지시했다는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실제로 롯데기공 관계자가 ATM기 제조사인 네오아이씨피 부사장에게 보낸 메일을 보면 "솔직히 본 롯데ATM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롯데기공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유통계열사를 대상으로 뱅킹사업을 하겠다는 그룹의 사업전략과 맞물려 부회장(신동빈)의 지시로 제조회사인 롯데기공이 참여하는 형상"이라고 적혀있다.
이같은 통행세를 통한 지원금액 39억3400만원은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의 2009~2011년 3년 동안의 당기순이익 46억1600만원의 85.2%에 이르는 규모다. 이 거래로 롯데기공은 2008년 8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09년부터 흑자로 전환되는 등 ATM 거래에 끼어든 이후 재무구조가 현저히 개선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회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게 한 그룹 계열사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통행세 관행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