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전직 프로게이머 ‘대리 랭크’…한달새 500건 진행
일간스포츠

입력 2013.05.30 09:00

게임사 "공정한 게임 플레이 방해"…근절 나서





"돈 받고 게임 순위 대신 올려줍니다."

인기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롤)'에서 돈을 받고 게임 내 순위(랭크)를 대신 올려주는 '대리 랭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돈을 낸 고객의 계정으로 대신 게임을 해서 순위를 올려주는 전문 대리 게이머들이 등장한 것. 이들은 전직 롤 프로게이머를 자처하며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이트까지 열어 대리 랭크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이에 롤 게임회사인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대리 랭크 근절에 나섰다.



▶게임 순위 올려주는 비용이 10만~30만원

최근 '랭크 서***'라는 대리 게임 사이트가 문을 열고 성업 중이다. 전직 롤 프로게이머들이 원하는 만큼 게임 등수를 올려준다며 고객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고객들이 현재 자신의 순위와 올라가고 싶은 순위를 말하면 얼마에 가능한지 견적을 내준다. 실제로 돈이 입급되면 고객의 계정으로 대신 게임을 해서 순위를 올려준다.

사이트에는 가격표도 제시돼 있다. 롤의 5개 등급 중 가장 초보 등급인 브론즈에서 1승은 4000원이다. 다음 등급인 실버는 5000원, 3번째 등급인 골드에서는 6000원, 4번째 등급인 플래티넘은 9000원,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에서는 1만5000원이다. 의뢰자들은 브론즈에서 실버, 실버에서 골드 등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고 싶어하기 때문에 많은 승수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실제 비용은 1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게시판에는 20만원이나 30만원이 넘는 금액을 입금했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관점 모드로 대리 게임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완료한 작업 내용을 인증샷으로 찍어 보여주기도 한다. 사이트 관계자는 "전직 프로게이머 6명 등 14명이 일을 하고 있다"며 "이달초부터 지금까지 480건의 대리 랭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10~12판에 5만~8만원 내고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며 "돈을 많이 벌었다고 소문이 났는데 사무실비 등 경비를 빼고 100만원 가량 남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롤 특성상 랭크 올리기 어려워

롤에서 대리 랭크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실력있는 친구가 다른 친구의 계정으로 대신 게임을 해주는 일은 왕왕 있어 왔다. 하지만 전직 프로게이머에 전문적으로 영업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대리 랭크가 돈벌이 수단으로까지 변질된 것은 롤에서 랭크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위 등급으로 가기 위해서는 높은 승률을 쌓아야 하는데 5대 5로 팀을 이뤄 진행하는 롤의 게임 방식상 쉽지 않다.
하지만 대리 게이머들은 실력이 뛰어나 이길 확률이 높다. 그래서 대리 게이머들은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대리 랭크'라며 자신이 시키는대로 하면 이긴다고 당당하게 밝힌다. 한 업계 전문가는 "아프리카TV 등 개인 인터넷 방송으로 대리 게임을 버젓이 중계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신의 실력을 알리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토 프로그램과 같다 vs 불법 아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대리 랭크가 공정한 게임 플레이를 방해한다며 지난 24일 근절책을 발표한 데 이어 대리 게임 계정을 적발해 30일 이용을 제한했다. 또 대리 게임 사이트와 블로그, 카페에 대해 서비스 중단을 유도하고 최후에는 법률적인 조치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 관계자는 "문제의 사이트에 대해서는 서비스 중단을 권유하고 있다"며 "일단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리 게임 사이트측은 게임의 물을 흐리는 것은 인정하지만 전직 프로게이머가 자신의 실력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이트 매니저는 "북미의 한 대리 랭크 사이트는 연간 10억원을 버는 것으로 안다"며 "게임 밖에 모르는 전직 프로게이머들이 살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대리 랭크가 오토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다며 근절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대리 랭크는 게임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오토 프로그램을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는 것"이라며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고 게임을 망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



▶TIP:오토프래그램

이용자가 게임을 하지 않을 때에도 자동으로 게임 속 캐릭터의 속도나 힘을 증가시키거나 에너지 소모 없이 사냥 등의 행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게임법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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