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코카콜라 등의 가격을 올린 LG생활건강이 콜라의 핵심 재료인 설탕을 무관세로 들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상반기 설탕 3만5000여t을 무관세로 들여왔으며 하반기에는 5% 정도의 관세로 2만2600여t를 수입했다. 이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할당 관세로 배정된 설탕 중 일부를 받았기에 가능했다. 할당 관세는 수입품의 일정 할당량에 대한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주거나 없애주는 제도다.
정부는 원자재 수급 안정과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설탕에 대해 할당 관세를 적용해 aT에 연간 10만t 이상을 배정한다. 이 물량은 중소 기업에 우선 배정되고 남으면 일부 대기업으로 넘어가는데 LG생활건강이 이 물량을 구입한 것이다.
aT 비축관리팀의 이문주 팀장은 "할당 관세 자체가 관세를 인하해서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청 자격에 제한이 없다"며 "물량 중 일부가 LG생활건강으로 간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입 설탕을 들여올 때 30%의 관세를 부과한다. 따라서 무관세로 수입된 설탕 가격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판매하는 설탕에 비해 20% 가량 저렴한 것으로 추정된다.
LG생활건강은 이렇게 구입한 설탕을 코카콜라 등 음료 제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코카콜라 1.5ℓ의 가격을 출고가 기준 6.5%, 스프라이트 250㎖의 가격을 6.1% 인상했다.
무관세로 설탕을 들여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던 LG생활건강의 주장 역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설탕은 탄산음료의 원재료 값 중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재료이기 때문이다.
식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탄산음료의 제조원가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내외"라며 "무관세 혜택을 봤다면 이번 가격 인상으로 이득이 좀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경기도 어려운 이 시점에서 가격 인하 요건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상 요건만 앞세워 가격을 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LG생활건강측은 "원료를 효율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제도(할당 관세)가 있기에 정당한 방법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가격 인상 요인에는 원재료값 외에도 판매관리비·인건비·물류비 등이 포함돼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품 전체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설탕의 비중은 0.6% 정도"라며 "설탕값에 따라 전체 가격이 조정될 만큼 큰 비율이 아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