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전쟁', 삼성·LG 가전수장의 자존감 대결…이목 집중
일간스포츠

입력 2014.09.16 07:00



세탁기 전쟁이 삼성과 LG 간 가전수장의 자존감 대결로 비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사장과 세탁기 담당 임원들이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기간에 자사의 세탁기 일부 부분을 고의로 파손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 업무방해와 제물손괴, 명예훼손 등의 혐의다. 삼성의 수사의뢰에 대해 LG전자는 "흠집내기가 아니길 바란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당분간 양사의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는 삼성과 LG의 가전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사장)와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사장)은 나란히 내년 가전시장 세계 1위를 목표로 내세워 뜨거운 대결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의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사장은 LG 내부에서 '세탁기 박사'로 불릴 만큼 해당 분야에서는 1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LG전자 최초의 고졸 사장인 그는 1976년 LG그룹(당시 금성사)에 발을 들여놓은 뒤 지난해 1월 HA사업본부장에 오르며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위에 올려놓아 '미스터 세탁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그는 '트롬'을 세계화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그 만큼 조 사장 입장에서 '경쟁사의 제품을 파손시켰다'는 오명은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반면, 국내 전자·IT업계 최고경영자(CEO) 중 유일하게 올해 IFA 기조연설자로 나선 윤 사장은 세계 TV 시장 1위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 한발 더 나아가 내년에는 가전시장 세계 1위를 목표로 내세웠다. 윤 사장은 내년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도 기조연설자로 낙점받는 등 세계 가전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최근 윤 사장은 TV 외에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사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유명 요리사들과 협업한 셰프컬렉션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도 그의 작품이다.

이번 세탁기 사건은 법적 소송까지 갔다가 다시 화해하는 과거의 양사 다툼과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냉장고, 에어컨 등 백색가전 시장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특허를 놓고 법적 다툼을 벌였지만 결국 화해했다. 특히 냉장고 소송전 경우 2012년 8월 삼성전자가 물붓기, 캔넣기 등의 방법으로 양사 냉장고 용량을 비교한 영상을 자사 블로그와 유튜브 등에 게시하자, LG전자가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과 함께 1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온라인에 올린 풍자만화를 지적하며 5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맞섰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법원의 권고에 양측은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15일 형사4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 만큼 양사가 화해한다고 해도 수사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서 양사 중 한 쪽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양사 수장이 사생결단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의 경우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과 조성진 LG전자의 사장의 명예가 걸린 사안인 만큼 큰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며 "같은 목표를 세운 두 회사의 가열된 경쟁이 양측 모두에게 독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아정 기자 poro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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