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26·SK)이 메이저리그(ML) 진출 추진 기자회견을 열면서 해외 진출을 노리는 양현종(26·KIA)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에이전트 선임과 계약을 마친 양현종은 본격적인 행보에 앞서 해외진출 선언 시기를 신중하게 고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일본·ML 3~5개팀 양현종 행보 신경
국내외 야구 소식에 밝은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양현종이 최근 에이전트와 계약을 했다. ML은 물론 일본 무대에서도 양현종의 영입에 관심이 있다. 김광현 못지 않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다"고 귀띔했다.
양현종은 이번 시즌 종료 후 구단 동의 아래 해외진출이 가능한 7년 프리 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ML은 포스팅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일본의 경우 구단간 협상을 통해 이적이 결정된다. 양현종은 시즌 내내 KIA 구단에 해외 진출 바람을 강력하게 드러내 왔다. KIA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더 큰 무대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구단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팀이 있다면 허락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고 밝혔다.
관심이 뜨겁다. 양현종이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 나선 지난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는 일본 요미우리를 비롯해 ML 시카고 컵스, 보스턴, 텍사스 등 4개 구단 관계자가 찾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시즌 초부터 양현종의 피칭을 지켜봐 왔다. 후보군 관리 차원이었다"며 "다들 '영입하겠다'고 서로 공개하지 않는다. 혹시 몸값이 오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양현종의 경우 일본과 미국 등 3~5개 구단이 행보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 기복 작은 꾸준함 '은근한 블루칩'
양현종은 이번 시즌 16승8패,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총 29차례 마운드에 올라 17차례의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2010시즌 세운 개인 최다승 타이였다. 왼손 투수로 최고 시속 150㎞대의 빠른 공과 커브, 슬라이더를 곁들인다. 과거에는 강속구 위주의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면, 지난 시즌부터는 제구력과 안정감을 더했다.
기복이 상대적으로 덜 하고 꾸준한 모습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양현종은 2011년 이후 두 시즌 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그사이 관심도가 다소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 스카우트는 그러나 "양현종을 다른 선수보다 저평가할 수 없다. 오히려 제구에 기복이 없고 상대적으로 간결한 투구폼을 갖고 있다. 부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어 돋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평균자책점이 4점대이지만 하루 잘 던지고 하루 무너지는 모습이 거의 없다. ML 구단은 이런 면을 더 중시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돈이다. 지난해 윤석민(볼티모어)에 이어 '에이스'를 또다시 잃을 처지인 KIA는 선수에게 기회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거나 헐값을 제시하는 팀에는 그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스카우트는 "당장 높은 액수를 욕심내기보다는 1년 활약 후 검증 단계를 거쳐 더 많은 연봉을 보장받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