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김윤석 "'한식대첩3' 보는게 낙"
일간스포츠

입력 2015.06.15 08:31



"관객이 '볼 만한" 영화를 하는 것"

배우 김윤석(47)가 말하는 배우의 의무는 그랬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어깨는 배우로서의 의무와 책임감으로 무거웠다. 인터뷰 중간중간 배우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할 일들'과 '감내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했다. 가벼운 말투는 아니었지만 어둡지도 않았다. '배우'이기 때문에 얻은 삶의 활력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의무와 책임도 자연스럽게 자기 안으로 녹아들게 할 줄 아는, 그는 '진짜 배우'였다.

1988년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김윤석은 또래 배우들 보다 늦게 빛을 발했다. 자취방에서 동고동락했던 배우 송강호가 스타의 반열에 올랐을 때도 그는 여전히 무명의 배우였다. 하지만 2006년, 그의 나이 36살에 찍은 영화 '타짜'에서 아귀 역을 맡아 짧은 등장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으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추격자'(08) '황해'(10)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13) '해무'(14) 등 영화에서 강렬한 연기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송강호·최민식과 함께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들어섰다.

그가 곽경택 감독의 신작 '극비수사'로 또 한번 관객을 놀라게 한다. '극비수사'는 1978년, 사주로 유괴된 아이를 찾은 형사(김윤석)와 도사(유해진)의 33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수사물. 극중 그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만큼 서늘했던 이전 영화 속 캐릭터와 달리 사람 냄새 뚝뚝 묻어나는 경상도 형사 공길용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진짜 자신의 고향인 부산을 배경으로 능수능란하게 사투리를 늘어놓으며 연기를 하는 그는 공길용 그 자체 였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드라마는 '있을 때 잘해'(07)가 마지막이더라. 일부러 피하는 건가.

"영화는 연기자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가장 좋은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대본이 다 나와있다보니 캐릭터를 분석할 시간도 길다. 영화가 100%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건 아니지만, 훨씬 여유를 가지고 모니터링할 수 있고 스태프들과 상의도 많이 할 수 있다. 드라마 촬영장은 언제나 시간에 쫒기다보니 모니터링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배우들끼리 밥도 함께 먹지 못한다. 지금 내가 그런 드라마 호흡에 다시 들어가서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집에서는 굉장히 가정적이라고.

"가족을 상대로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뭐하러 이기려고 하겠나. 결국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게 가족인데. '오늘은 뭘 할까' '오늘은 뭘 해 먹을까'라며 가족과 항상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찾는다. 두 딸이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인데, 조금만 더 크면 아빠랑 안놀거 아니냐. 어짜피 품안의 자식이라고 내 품을 떠나기 전까지는 딸들과 재미있게 놀 생각이다. 가족에 대한 노력은 아낄 필요도 없다."



-요리도 자주한다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다. '남자가 손에 물 묻히면 안된다'라는 마인드도 없다. 요새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한식대첩3'다. 거기에 나오는 아주머니들이 어찌나 유쾌하고 재미있는지 모른다. 출연자들에게 지역별 색깔이 다 묻어난다. 그거는 연기로도 흉내낼 수 없는거다. 그리고 아주머니들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 원래 음식을 하는 사람들은 선하다. 다른 사람을 위해 내 정성과 노력을 들여서 요리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거니까."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붙는 배우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볼만한' 영화를 선보여야겠다는 의무감을 항상 가지고 있다. 사실 영화라는 게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작업인 것 같다. 연기나 촬영이 잘 안풀리고 내가 생각한 대로 나오지 않으면 막말로 '똥밟았다'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배우란 그 모든 상황에서 책임감을 져야하는 거라 생각한다."



-출연작의 흥행 성적이 좋은 편이다.

"겸손하게 말하자면 운이 좋았던 거고 다르게 말하면 시나리오를 잘 결정한 거다. 시나리오를 결정할 때 와이프나 소속사 매니저들이랑 상의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혼자 결정하는 편이다."


-직접 연출을 하고 싶은 욕심은 없나.

"연출은 욕심만 가지고 되는게 아니다. 연출에 관심이 생긴다면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니다. 사실 배우가 연출을 하는 것을 굉장히 큰 일처럼 여기고 호들갑을 떠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시나리오도 쓰고 연출을 하는 배우들이 많다. 연기를 하는 배우가 연출에 관심이 생기는 건 아주 당연한거 아니겠냐. 의상 디자이너가 헤어와 슈즈에 관심이 없을 수 없는 것과 똑같은거다. '배우가 감히 감독을 한다'는 시각은 아주 경직되고 고리타분한 시각인 거다. 가수가 연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수가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른 것도 감정을 이입해서 하는 연기와 같은 거 아닌가. 가수가 연기를 한다고 해서 삐뚤어진 시각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연기 한 길만 줄곧 걸어온 연극배우 출신이라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해 더 안좋게 생각할 줄 알았다.

"안좋게 생각할 게 뭐있겠나. 나는 오히려 노래도 부르고 연기도 하는 친구들이 부럽다. 많은 재능을 가진 거 아닌가. 오히려 우리 같이 나이 든 배우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과 접근도 할 줄 알더라. 생각은 조금만 긍정적으로 바꾸면 되는 거다."



-후배 배우 중에 눈에 들어오는 친구가 있나.

"만나 보지 않은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만나봤던 친구 중에는 (박)유천이. 유쳔이는 연기와 작품을 대하는 마인드가 정말 좋다.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검은 사제들'을 함께 찍은 (박)소담이 도 참 잘하더라."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뭘 했을까.

"글쎄, 저기 저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스쿠버 샵을 열고 한량 같이 살지 않았을까.(웃음)"



이승미 기자 lsmshhs@joongang.co.kr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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