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의 삼성전 승률 100%, 그 혼신의 의미
일간스포츠

입력 2015.07.26 06:00



"긴장하진 않는다. 그러나 더 집중한다."

투수는 어느 누구를 상대하건 모두 이기고 싶다. 하지만, 하고 많은 팀 중에서도 꼭 팀, 그 타자만은 잡고 싶을 때가 있다. 권혁(32·한화)에게 삼성은 그런 팀이 아닐까.

권혁은 2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 네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다. 7회 마운드에 오른 그는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흠 잡을 곳이 없었다. 시속 140㎞ 중후 반대 직구 위주로 던지며 평균 130㎞ 중반의 슬라이더를 곁들였다. 7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그는 8회 삼성의 클린업트리오를 상대로도 기죽지 않았다. 1사 뒤 최형우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채태인-이승엽으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각각 유격수 직선타와 외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야수들도 지원에 나섰다. 유격수 권용관은 채태인의 안타성 타구를 멋지게 몸을 날려 잡았다. 10개 구단 최고의 셋업맨으로 평가받는 안지만(32·삼성)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았다. 안지만은 이날 두 번째 투수로 6~7회를 막으며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권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로 FA(프리에이전트) 이적했다. '라이온즈'에 있었다면 못지 않게 많은 연봉이 보장됐겠지만, 그는 사뭇 다른 길을 택했다. '추격조'가 아닌 '필승조' 권혁의 삶. 그는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던 인생을 성공적으로 열기 시작했다.

권혁은 올 시즌 '이글스' 불펜의 핵이다. 박정진과 권혁이 없었다면 한화의 전반기 5위 성적은 불가능했다. 팀이 원하면 언제든 공을 던졌다. 이날까지 80이닝을 소화하며 10개 구단 구원투수 중 압도적으로 길게 마운드를 지켰다. '불꽃남자'라는 애칭을 얻은 그는 등판 때마다 한화 팬들의 함성과 박수를 받는다. 그는 이날 경기까지 삼성전 승률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권혁은 경기 뒤 "삼성에 타격을 잘 하는 선수들이 많다. 실투 하나가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긴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더 조심하고 집중하면서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권혁은 류중일 삼성 감독에게도 아픈 손가락이다. 어느 감독도 자기 식구를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권혁이나 배영수가 한화로 가면서 삼성이 이글스와 경기를 치를 때 유니폼을 반은 파란색, 나머지는 오렌지 색으로 입고 오시는 팬들이 계시다. 아마도 둘이 잘 던지길 바라시면서 한편으로 삼성 승리를 기대하실 것이다"고 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24일 배영수와의 선발 맞대결에 앞서 "서로 부담스러운 경기다. 상대는 막아야 하고 우리는 또 안타를 만들어야 한다"라고도 했다. 공 한 개 마다 혼신을 담아 피칭하는 옛 제자, 권혁을 보는 마음도 비슷할 듯싶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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