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중소업체로부터 최대 39%의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상품을 직매입하는 비율 보다는 외상거래(특약매입)를 늘리면서 입점업체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12월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에 납품하는 208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의류·패션잡화 등에서 최고 39%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과다한 수수료 문제가 여전하다"고 31일 밝혔다.
백화점별로 롯데는 구두·액세서리·패션잡화 부문에서 39%(이하 최고 수수료율), 의류(남성, 여성 정장) 부문에서 37%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은 생활용품·주방용품 부문에서 36%, 의류에서 35%를, 현대백화점은 가구·인테리어 부문에서 38%, 의류에서 36%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이는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백화점 평균 판매수수료인 27.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당시 공정위는 롯데백화점이 28.5%, 신세계가 28.4%, 현대백화점이 27.5%의 평균 판매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손님을 끌기 위해 필요한 식품이나 가전 등에는 20%대의 수수료를 적용해 평균 수수료율이 낮게 나온 것일 뿐"이라며 "주된 수입원인 패션브랜드의 경우 40%에 육박하는 수수료를 받고 있는 데다 인테리어 비용, 백화점 전단 등의 광고비 등도 입점업체에게 떠안기고 있어 실제 수수료는 이보다도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수수료는 입점업체가 백화점과 합의해 조정하는 경우(40.2%)나 백화점이 제시하는 비율을 수용하는 경우가(34.6%)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업체들은 이 같은 논의과정에 '협상력이 적다'(47.5%)고 느끼고 있었다.
불공정행위를 경험한 업체도 3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상품거래·판촉·인테리어·기타 등 5개 부문에서 총 25개의 불공정거래 항목을 제시한 결과, 29.8%가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이들 중 56.4%는 두 가지 이상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납품유형 조사에서는 백화점 업계가 재고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상거래인 '특약매입' 방식(86.1%)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매입'은 3.8%에 불과했다. 특약매입이란 납품업체의 제품을 외상으로 매입해 판매하고 재고를 반품하는 방식의 거래형태를 말한다. 직매입은 재고부담을 안고 제품을 구입한 후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실제 백화점과 거래 중인 한 중소업체 대표는 "백화점은 매출이 적은 업체의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평균 수수료율을 관리해 정부의 감시망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별 업체의 수수료 분석을 통해 판매수수료 평균값의 허실을 파악하고 납품기업들이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에 대항해 수수료 협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정책적 방안에 대해서는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23.1%)와 '동반성장지수 평가 확대 반영'(22.1%)가 가장 많이 꼽혔다. 수수료 해결을 위한 정책적 방안으로는 '세일 할인율만큼 유통업체 수수료율 할인감면 적용'(53.6%), '수수료 인상 상한제 실시'(45.8%) 등을 요구했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산업지원본부장은 "백화점들이 수년간 특약매입 방식의 판매로 검증된 제품에 대해서도 직매입 전환을 하지 않은 것은 납품기업에 리스크를 모두 떠넘기는 부동산 임대업체에 불과하다"며 "공정위에 백화점의 불공정행위, 판매수수료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