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성 기업인 유한킴벌리가 여성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생리대 수요가 많은 여름에 제품 가격을 올려 여성들을 분노케 하더니 이번에는 주부들이 많이 찾는 주방용품 키친타올 가격을 '꼼수'로 인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키친타올 제품은 타올 매수는 줄였으면서 가격은 올렸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키친타올 매수까지 확인하고 제품을 구입해야 할 판이다.
키친타올 매수 줄었는데 가격은 인상?
30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이달초부터 대리점에 납품하는 키친타올 가격을 올렸다. 기존에 팔던 '빨아쓰는키친타올 54매×2+보너스1'은 5월부터 '빨아쓰는키친타올63매×2'로 바뀌면서 1개를 덤으로 주던 것이 사라졌다. 더구나 한 제품당 키친타올 매수는 기존 162매에서 126매로 줄었다.
문제는 제품량이 줄고 고객 혜택이 줄었는데도 가격은 올랐다는 점이다. 본사가 대리점에 제품을 납품할 때는 박스 단위로 판매하는데, 기존 1박스 당 3만7048원이던 것이 리뉴얼 한 뒤 4만1679원으로 12.5% 비싸졌다. 1박스 당 총 매수도 1296매에서 1134매로 줄어들었다.
한 유한킴벌리 대리점주 A씨는 "기존 제품은 1박스에 8개가 들어있었는데 리뉴얼된 제품은 9개로 1개가 늘었다"며 "마치 1박스 내에 제품을 더 넣으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이게 만들었지만 실제 매수 자체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품도 보너스 팩을 빼면서 한 박스당 납품 가격을 올렸다.
'항균 빨아쓰는타올 45매×2+보너스1' 제품은 기존에 대리점에서 납품을 받을 때 박스당 8개의 제품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는 이를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보너스 1팩을 제외하는 대신 박스당 수량을 12개로 늘렸다. 이에 박스 공급가는 기존 3만5200원에서 5만2800원으로 50%나 올랐다.
박스 내 제품 개수가 늘면서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키친타올 총 매수 자체는 1080개로 기존과 다르지 않고 보너스 팩도 빠졌다. 키친타올 매수 당 가격은 기존 32.6원에서 48.9원으로 50% 비싸졌다. 같은 제품인데도 소비자는 키친타올 한 장을 쓰면서 전보다 절반 오른 가격에 사용하는 셈이다.
A씨는 "본사가 대리점에 파는 가격을 올리니 당연히 판매자 입장에서는 이윤을 내기 위해 소비자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리대도 '꼼수' 인상하더니…
유한킴벌리는 키친타올의 주원료가 되는 펄프 가격이 국제적으로 하락 추세임에도 제품 가격은 올렸다.
국제 펄프 가격은 올해 초 톤당 625달러(약 74만원)에서 3월 기준 565달러(약 66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2년 1월 575달러(약 68만원) 이래 4년 만에 최저치다.
더 이해하기 힘든 점은 리뉴얼했다고 보기에도 어려운데 가격을 올렸다는 점이다. A씨는 "가격 인상 이유에 대해 본사에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했다.
이에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대리점 공급 가격을 올린 적이 없다"며 "보너스 팩을 뺀 것도 본사가 주도한 것이 아니며 공급 가격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품 가격 인상을 주장한 A씨에 대해 "회사를 음해하려는 블랙컨슈머"라고 주장했다.
유한킴벌리 대리점주는 키친타올 제품을 인상된 가격에 공급받았다고 하는데 본사는 가격을 올린 적이 없다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최근 생리대 '코텍스 오버나이트' 제품을 최대 20%까지 인상하려고 했다가 돌연 취소한 바 있다. 대신 '좋은느낌' 제품은 신기술을 접목했다는 이유로 6월부터 약 8% 올린다.
A씨는 "유한킴벌리는 생리대나 키친타올 모두 사용량이 증가하는 5~6월에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유한킴벌리는 키친타올이나 생리대 시장에서 독점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알게 모르게 가격을 올리면서 이윤을 취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