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라인업에서 디젤 모델 출시를 보류·연기하고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에 이어 최근 닛산까지 디젤 배출가스 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젤차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경유값 인상, 운행 제한 등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이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현대자동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G80' 디젤 모델의 국내 출시를 올 하반기까지 앞당기려는 계획을 유보했다.
현대차는 앞서 디젤 엔진을 얹은 G80 개발을 끝냈지만 디젤차에 대한 분위기가 나빠지면서 출시를 미루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올 여름 기존 배기량 3.3·3.8 가솔린 모델을 먼저 내놓은 후 연비를 높인 3.3 가솔린 터보 모델로 라인업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한국GM도 지난달 국내에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는 신형 말리부의 디젤 모델 출시 계획을 접었다. 한국GM 관계자는 "디젤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디젤 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대신 오는 7월경 1.8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도 디젤차 비중을 줄이기 위해 2.0 터보 GDI와 1.5 터보 GDI 가솔린 엔진 개발에 나서고 있다. 1500억원 이상의 투자 비용을 투입해 내년 말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수입차 업체들도 디젤 모델 출시를 주저하고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10일 9세대 신형 A4를 출시하면서 가솔린 모델인 A4 45TFSI와 A4 45TFSI 콰트로 등 2개의 모델만을 선보였다. 디젤 모델은 하반기 들여올 예정이다. 올 들어 4월까지 판매된 7910대 가운데 92.3%가 디젤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의 당사자인 폭스바겐도 지난달 초 신형 파사트를 출시하면서 디젤 모델 대신 파사트 1.8TSI와 1.8 TSI R라인 등 가솔린 모델 2종만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내달 말 10세대 신형 E클래스를 출시하면서 1차 라인업에 디젤 모델은 E 220d 1개 모델만 선보이고 나머지 2개 모델은 가솔린 모델을 들여올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디젤차 파문에 따른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디젤 모델 출시를 망설이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친환경차 라인업을 늘리는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