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산 중저가 자동차 브랜드 '스코다'의 한국 진출이 무산됐다. 모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스코다의 국내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스코다의) 국내 진출을 계속 검토해왔지만 최근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잠정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스코다는 1895년 자전거 회사로 시작한 체코의 자동차 브랜드다. 폭스바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작되지만 폭스바겐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해 유럽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 등 유럽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동안 폭스바겐그룹은 암암리에 스코다 브랜드의 국내 론칭을 준비해왔다. 2014년 9월 서울에서 딜러사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었고, 이후 국내 자동차품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꾸준히 확대해 지난해말기준 스코다 협력업체수를 넥센타이어 등 8개사로 늘렸다.
또한 연초 인사에서 아우디코리아 요하네스타머 전 사장이 아우디폭스바겐 총괄법인 대표로 이동하면서 주어진 역할에 새로운 브랜드 사업계획이 포함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타머 대표가 최근의 배출가스 관련 이슈에 대응하는 한편 새로 들어오는 브랜드 '스코다'의 론칭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결정적으로 올해 3월 초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스코다 관계자들이 한국진출 계획을 언급하면서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남은 것은 진출 시기와 초반 승기를 가를 차종이었다.
하지만 모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의 디젤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배출가스를 임의조작한 폭스바겐에 대한 국내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신규 브랜드 론칭은 '자충수'를 넘어 '악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배출가스·연비·소음 등 시험성적서 위조 혐의를 받고 있는 폭스바겐에 대해 늦어도 오는 29일까지 판매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조작된 시험성적서로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차량은 32종 79개 모델이다. 환경부 방침이 현실화할 경우 폭스바겐은 한국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원래 지난해 스코다 브랜드를 론칭할 예정었다가 디젤 게이트 사태로 지연이 됐는데 불씨가 오히려 커져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며 "당분간은 신규 브랜드 론칭보다는 현 사태 해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