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우리의 미래다. 단순히 영화 유통이 아니라 멀티플렉스도 짓고 영화도 만들고 케이블채널도 만들 것이다. 아시아의 할리우드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 1995년 3월 당시 이재현 CJ제일제당 상무가 미국의 영화 제작 및 배급사인 드림웍스SKG와 투자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LA)로 향하면서 했던 말이다. 현재는 유전병 등으로 투병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여 년 전부터 문화산업에 눈을 돌리고 남들은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KCON 2016 LA 행사가 진행된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즈 센터 전경. CJ 제공
그로부터 21년 지나 지난달 30일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한류 콘서트 KCON(케이콘)에 7만6000명이 넘는 현지인들이 발딛을 틈 없이 북적였다. 이들은 한국의 인기 아이돌 가수들은 물론이고 1990년대에 데뷔해 친숙하지 않을 수 있는 가수 터보에도 열광했다. 20년 전 '아시아의 할리우드'를 목표로 했던 CJ가 이제는 할리우드 본거지에서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KCON 한류 열기 산업으로 확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즈 센터에서 아이돌 아이오아이가 공연을 하고 있다. CJ 제공
KCON은 CJ그룹이 주최하는 대표적인 해외 문화 행사로, 아이돌 등 한류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공연을 펼친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어바인에서 1회를 시작해 이번에 10회째를 맞았다.
이날 KCON은 성황리에 진행됐다. 콘서트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아이돌 샤이니·아이오아이·에프엑스 엠버·블락비 등이 무대에서 미국 팬들의 마음을 흠뻑 사로잡았다.
애리조나에서 왔다는 욜린(여, 22)은 "친구 두 명과 함께 이번 행사를 참석하기 위해 차로 6시간을 달려 왔다"며 흥분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욜린은 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한국 문화를 좋아했다"며 "슈퍼주니어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모든 한류 스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KCON 2016 LA 행사장 밖에서 시민들이 떡볶이를 사먹고 있다. CJ 제공
CJ는 KCON을 오직 콘서트만이 아닌 한류 문화를 다른 산업군으로 확장하는 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KCON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박람회에서는 뚜레쥬르·CJ오쇼핑·올리브영 등 CJ 계열사와 삼다수·맥도날드·도요타·더페이스샵 등이 참여해 마케팅 행사를 벌였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과 중소기업청 등에서 선정된 90여 개의 중소기업들이 저마마 부스를 만들어 현지 한류 팬들에게 제품을 알렸다. 이는 올해 일본과 파리에서 열린 KCON에 40여 개 중소기업이 참여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들은 KCON 효과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친환경 제품을 내놓은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지난 일본 KCON 행사에도 참석을 했는데 바이어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받았다"며 "이번 미국 행사에서도 관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 사업 해외 매출 50% 이상 늘린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된 각종 행사에 참가자들이 북적이고 있다. CJ 제공
CJ는 KCON을 앞세워 문화사업의 해외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5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의 16%인데, 이를 5년 안에 3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류 열풍을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본격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낼 수 있는 글로벌 산업화 단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미이다.
김현준 CJ 부사장은 현지 간담회에서 "현재 한류가 전세계적으로 열풍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며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일상에 녹여 마니아층을 넘어 전세계인이 생활화하는 주류 문화로 향유하는 한류 4.0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CJ E&M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현지화된 콘텐트 제작으로 글로벌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4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J E&M은 오는 8월 23일 미국 방송사 NBC에서 '꽃보다 할배' 미국판인 '네버 레이트 댄 네버(Never Late Than Never)'를 방영할 예정이다. 영화 '스타트렉'의 배우 윌리엄 샤트너와 복싱 헤비급 챔피언 출신인 조지 포먼 등이 출연해 아시아 국가를 여행하는 컨셉트로 현재 촬영을 끝냈다.
CJ CGV는 2020년까지 12개국에 진출해 1만여 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전체 매출의 65%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CGV는 해외 현지 사업자 인수와 직접 진출 등 방식으로 미국을 비롯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터키 등 7개국에 347개의 극장과 2679개의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K문화가 세계 속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미국과 중국 등 문화 자본 공세 속에서도 한국 문화 기업들이 전문 역량을 키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환경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