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개봉한 '무뢰한(오승욱 감독)' 이후 볼 수 없었던 김남길이다. 그 해 겨울 '도리화가(이종필)'에서 흥선대원군으로 특별출연해 깜짝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영화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그를 기억하는 관객들은 거의 없다.
때문에 주연작으로는 사실상 1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영화 '판도라(박정우 감독)'는 그래서 김남길에게도, 그를 기다렸던 팬들과 관객들에게도 의미가 큰 작품이다. 100억대가 투자된 대작인 만큼 흥행의 성패도 그의 행보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작품만 오픈되지 않았다 뿐이지 김남길은 대외적인 공백기 동안 늘 촬영장에 살았다. 이미 찍어둔 작품만 '판도라' 포함 두 편이 더 있다. 천우희와 함께 한 '어느 날(이윤기 감독)', 그리고 설경구·설현과 호흡 맞춘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이다.
하지만 '판도라'를 비롯해 '어느 날', '살인자의 기억법'까지 줄줄이 개봉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김남길 역시 작품을 들고 나올 시기를 계속 놓쳤다. 결국 영화는 관객들에게 보여져야 하는데 얄궂게도 세 작품 모두 개봉운이 맞아 떨어지지는 못한 것.
기획단계부터 촬영, 개봉까지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판도라'는 원전사고를 다룬 작품으로 끊임없이 눈치작전을 펼쳤다. 특별히 눈에 띄는 외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영화를 개봉하면 안 된다'는 지령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지만 스토리상 개봉해도 될 만한 타이밍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11월 '판도라' 보다 먼저 개봉을 추진했던 '어느 날' 역시 제작보고회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무기한 보류 소식을 전하면서 관계자들을 김 빠지게 만들었다. 비수기 시즌 이례적으로 쏟아진 영화들에 후반작업을 이유로 개봉을 미뤘지만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역시 당장의 개봉 이슈는 없다. 배급사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측은 "2017년 라인업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상반기에 개봉할 가능성이 농후한데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영화 역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내부적 이유로 사실상 개봉 표류 상태다.
이에 따라 세 작품의 주연 김남길의 어깨는 조금 더 무거워졌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석훈 감독)'을 통해 흥행 배우 반열에 올라섰지만 차기작이 곧바로 치고 나오지 못하면서 다소 애매한 상태에 놓였다. '무뢰한'은 작품성 면에서 큰 호평을 받았지만 결국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흥행운을 다시 잡아야 할 때가 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가장 먼저 공개하는 '판도라'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것. 어지러운 시국, 정부와 고위층을 저격하는 내용이 전반에 깔여있는데다가 감독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장본인이라 다른 의미로 관객들의 환심을 살 것으로 보인다.
또 4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도록 '판도라' 측 역시 마지막까지 작품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이며 고군분투 했다는 후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암암리에 1000만 돌파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어 올 겨울 최고 복병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여기에 큰 작품을 이끈 김남길의 존재감과 연기력이 어떤 작품보다 대단했다는 평도 뒤따르고 있어 배우 김남길의 재발견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이번 영화에서 김남길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재난에 맞서는 발전소 인부 재혁으로 분해 해맑으면서도 처절한 모습을 동시에 전한다.
'판도라'가 터져주면 다른 두 작품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기 쉽다. 지난해 유아인, 올해 공유가 그랬듯, 2016년 연말과 2017년 상반기 스크린을 김남길이 잡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판도라'는 2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다. 과연 개봉 지연이 결과적으로는 개봉운으로, 그리고 흥행운으로 이어질지. 1년 6개월 만에 컴백하는 김남길의 새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