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끝나지 않은 이야기…SK케미칼 PHMG 불법 유통
일간스포츠

입력 2017.02.14 07:00


 
SK그룹의 정밀화학업체인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유독성분을 불법으로 유통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당국의 규제가 엄격해지자 재고품을 불법으로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팔린 재고품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유통돼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SK케미칼 처벌해야"
 

환경운동연합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1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불법 유통한 SK케미칼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SK케미칼을 포함한 33개 기업들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살균성분이자 독극물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295t이나 불법 유통시켰다"며 "이들 기업들은 유통과정에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허위 조작해 일반화학물질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최근 환경부는 SK케미칼을 비롯한 33개 업체가 PHMG를 불법으로 유통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들을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시민단체는 "이런 상황은 정부와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오랫동안 방치하고 SK케미칼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는 과정에서 예견된 일"이라며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전체 제품의 90% 이상에 원료를 공급했는데도 정부는 처벌은커녕 수사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SK케미칼을 비롯해 PHMG를 불법 유통한 나머지 33개 기업 명단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검찰은 1000명이 넘는 국민을 죽게 만든 PHMG를 유통시킨 33개 기업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며 "이들 기업에서 PHMG로 제조한 제품은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가습기 살균제 PB상품을 판매한 살인 기업 매장에서 지금도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가능성도
 

환경부에 따르면 PHMG를 불법 유통한 기업 33곳 중 3곳은 SK케미칼을 포함해 대기업 또는 대기업 계열사다.

PHMG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만든 핵심 물질로, 흡입할 경우 폐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쳐 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9월부터 PHMG가 25% 이상 포함될 경우 유독물질로 지정됐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 2014년 3월부터 유독물질 구분 기준이 1%로 대폭 강화됐다.

SK케미칼은 2006년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PHMG를 납품해왔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으로 당국의 관리가 엄격해지자 지난 2013년 재고품 30t을 허가 받지 않고 3개 업체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범인 옥시가 법원에서 실형을 받으면서 사건이 종지부를 찍는 듯 보였지만, PHMG가 허가 없이 불법 유통됐다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고, 후속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형 참사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는 징역 7년에 불과하고, 존 리 전 대표는 아예 무죄 판결을 받았다.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도 금고 4년형을 받는 데 그쳤다.

오는 8월 9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배상 및 구제에 관한 특별법'도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책임과 피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빠졌기 때문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는지 알지 못하고 단순 피해신고만 받고 있다"며 "정부 책임과 징벌 조항이 빠진 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에 서둘러 문제 조항을 개정하는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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