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잠실점(월드타워점) 직원 1300명이 또다시 실직 위기에 놓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잠실점 '부활'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수십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관세청은 이 뇌물죄가 확정되면 잠실점의 특허를 취소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잠실점 직원들은 2015년 11월에 이어 또다시 일터를 잃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다.
70억 줬다 돌려받은 신동빈 기소
2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7일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 출연과 관련 신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앞으로 2년 가까이 박 전 대통령 공판 때마다 법정에 불려 나오는 곤욕을 치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는 지난해 6월 30일 롯데그룹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해 영업을 종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같은 달 초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사실 때문이다. 돈은 돌려받았지만 돈을 출연한 순간 범죄가 성립됐다고 본 셈이다.
롯데는 삼성처럼 강요의 피해자이면서 실제로 돈을 건넨 사실이 확인돼 뇌물 혐의까지 쓰게 됐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8개 대기업 총수 가운데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두 번째 총수가 됐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 기소해 이미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애꿎은 직원 1300명 또 실직 위기
이미 수많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검찰이 결국 신 회장을 뇌물 혐의로 기소하자 패닉에 빠진 모양새다.
롯데면세점 측은 "잠실점 특허가 특혜가 아니라는 점은 향후 재판에서 해명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악재가 터지면서 롯데면세점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롯데면세점은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량 줄었다. 이에 다음 달부터 오는 7월까지 3개월간 본사 및 영업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을 시행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무급휴가이며, 희망자에 한 해 한 달씩 휴직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뇌물죄로 기소된 신 회장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롯데면세점은 연간 매출 1조원에 달하는 잠실점의 특허권까지 상실할 전망이다.
관세청은 24일 "롯데 잠실면세점 관련 뇌물 혐의가 법정에서 확정 판결될 경우 입찰 당시 공고한 기준에 따라 특허는 박탈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청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잠실점에 특허를 내주면서 "잠실점에 관세법상 특허 취소 사유에 해당되는 거짓, 부정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정되면 해당 특허는 취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잠실점 직원들의 고용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현재 잠실점에는 정직원, 경비·보안요원 등 300명과 협력업체 파견 직원 1000여명을 포함해 총 1300명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앞서 2015년 11월 잠실점 특허권 연장 실패 당시 타 부서나 점포, 다른 회사로 일터를 옮기거나 돌아가면서 휴직을 하는 등 아픔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앞선 특허권 연장 실패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특허권 연장 실패 당시에는 '잠실점 부활'이라는 희망이 있어 직원들의 고용이 어느 정도 보장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 특허권을 잃을 경우 언제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만큼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잠실점 직원들 역시 또 다시 재현된 특허권 상실 위기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한 잠실점 직원은 "월드타워점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며 "신 회장이 면세점 특허 비리와 연관되지 않았기 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법원의 판단이 안 나온 만큼 잠실점 직원들의 고용과 관련해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며 ""면세점 특허가 비리와 연관되지 않은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