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아이돌 재기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무려 70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벤처 기업도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아이돌에게도 기회가 안 주어질 이유가 없다. KBS는 '실패해도 주저하지 말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든다.
29일 복수의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KBS가 아이돌 재기 오디션 '더 파이널 99 매치(가제)'를 준비 중이다. 기획 의도는 한 번 데뷔했지만 빛을 보지 못한 아이돌을 모아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취지다. 대국민 참여 프로젝트로 약 7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참가 대상자는 앨범을 발표한 경험이 있는 아이돌로, 남자 250명, 여자 250명을 모집해 각각 9명씩 선발해 데뷔시킬 예정이며 연습생은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보이그룹, 걸그룹에 국한되지 않으며 혼성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전해졌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일반인과 연습생에게 국한됐다. 이번엔 일반인과 연습생이 아닌 한번 데뷔한 아이돌이 대상이다. 연습생 때는 데뷔만 하면 성공할 것 같지만, 막상 데뷔하고 나면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다. 가요계는 상상 이상으로 정글이다. 고군분투해도 대중이 알아주지 않으면 이들은 청년 실업자로 돌아선다. 관계자는 "스타가 되고 싶은 간절함을 이끌어내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며 "실패한 벤처 기업에도 세 번의 기회를 생겼다. 아이돌에게도 이같은 기회가 주어져야한다고 생각해 만든 기획"이라고 귀띔했다.
KBS는 타 방송국에 비해 오디션 프로그램이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 2006년 '서바이벌 스타 오디션'을 야심차게 방송했지만 화제성은 미미했다. SBS 'K팝스타' MBC '위대한 탄생'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성적이었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들해져 가는 상황에서 꺼내든 카드라 더욱 눈길을 끈다. 대중들이 식상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기획으로는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긴 힘들다. 방송사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선뜻 오디션 프로그램에 손을 뻗지 못했다.
KBS가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카드를 꺼냈다는 것은 그만큼 획기적이고 신선하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그만큼 절치부심했다는 소리다. 이번 아이돌 재기 오디션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도입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선두 주자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다. KBS를 대표하는 예능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는 큰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는 "1년 전부터 기획했던 프로그램으로 '한번 실패했다고 삶이 끝난 게 아니다'라는 걸 알려주고, '꿈을 놓지 말라'는 기획 의도가 방송사 내부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며 "현재 편성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