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오열하고 실신한 과거와는 달랐다. 무릎이 아픈 팬들의 건강을 걱정했고 바쁜 시간 속에 시간을 내준 것에 감사했다. 서태지와 팬들은 25년을 음악으로 알아갔다.
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는 "25년이면 아는 오빠 될 줄 알았다"는 플랜카드가 '롯데카드 무브ː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를 축하했다. 팬들 곁에서 함께 나이들어가는 다른 스타들과 달리 서태지는 신비주의였다. 그 틀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지만 25년 동안의 겹겹이 쌓인 베일을 단숨에 걷어내기엔 무리.
그래서 서태지의 사생활 이슈가 터졌을 땐 온 나라가 들썩였다. 뒤늦게 결혼과 이혼 소송 사실이 밝혀졌고 다시 잠잠해졌다 싶을 때 배우 이은성과의 결혼을 발표해 놀라게 했다. 임진모 음악 평론가는 "그동안 서태지가 여러가지 이슈, 이혼·재혼 등 이미지 측면에서 부정적 이슈들이 있었다. 국내 연예계에서 사생활 영향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전 같지 않은 티켓 파워인 것은 사실이었다. 공연 당일 오후 열린 온라인 예매창에도 빈 좌석이 많았다. 중고사이트에선 반값이하로 나온 표도 있었다.
그럼에도 서태지의 공은 감히 폄하할 수 없다. 임진모 평론가는 "기성질서와 가치 흐름 등과 타협하지 않았다. 기존 불합리한 제도 밖에 있었던 사람이 바로 서태지다. 지극히 비주류 안티 이스테블리시먼트(반체제) 입장이었다. 편안한 곡으로 쉽게 갈 수 있음에도 신선한 시도를 계속 했다. 쉽게 말하면 '아버지가 싫어하는 모든 음악'을 했던 사람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 문화대통령 수식어를 부여받고 1020 세대를 이끌었는데 이제 그 팬들이 3040대가 됐다. 팬들이 중추적 역할을 할 나이가 된 것"이라며 "즉 서태지는 문화를 심는 역할을 한다는 거다. 서태지의 가장 큰 공은 문화세대를 만들었다는 것, 컬쳐제너레이션을 이끈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 위치에 있는 인물이면 치하를 더 받아야 하는데 이미지 흔들림으로 인해 약간 수그러든 건 안타깝다"고 평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또한 "서태지가 언제적 서태지인가"라며 시대의 흐름을 냉철하게 판단했다. "그 시절 독보적이었던 인기를 되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한 팬층이 있고 문화계에 미치는 파워가 있다는 점은 대단하다. 이번엔 후배 가수들 입장에서 서태지랑 작업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들일 것이다. 서태지는 존재 자체가 대단하고 모두의 우상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