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 할리우드를 넘나들던 세계적인 여배우 판빙빙(范冰冰·37)은 6월 영화 출연료 관련 이중계약서와 탈세 의혹이 제기된 뒤 사라졌다. 11일은 그가 행방이 묘연해진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판빙빙이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감금설과 호텔 연금설, 미국 망명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홍콩·대만 등 중국 본토 외부의 중화권 매체를 중심으로 각종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나 정식 매체들이 판빙빙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언급하거나 보도한 적은 아직 없다. 다만 최근 중국 관영 언론들은 우회적으로 판빙빙을 비판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베이징사범대와 중국사회과학원이 3일 발표한 ‘중국 영화계 스타 사회 책임 연구보고’에서 판빙빙은 100점 만점에 최하위 점수 0점을 기록했다. BBC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은 ▶직업적 성과 ▶자선 활동 ▶개인적 청렴 등 기준 3개로 평가되는데, 보통 점수 60점 이상을 받아야 이를 수행한 것으로 여겨진다. 낮은 평가를 받은 배우는 사회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달 초 이 순위를 보도하면서 0점을 받은 판빙빙에 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판빙빙처럼 높은 소득을 올리는 스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기고도 나왔다. 판빙빙은 지난해 4500만 달러(약 508억원)로 중국 연예인 최고 수입을 기록했다.
11일 인민일보는 문화면에 “기형적으로 높은 출연료 제한에 대한 생각”이란 칼럼을 실었다. 이를 쓴 리성원(李星文) 평론가는 “명백히 정상 범위를 넘어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는 연기자는 필경 소수”라며 “법률과 정책의 틀 속에서 시장 규율을 존중함으로써 정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화권 친중 매체 둬웨이(多維)는 12일 “이 칼럼에서 언급한 ‘소수 연예인’은 모습이 사라진 판빙빙”이라며 “당 기관지가 판빙빙에 관한 글을 실은 것은 판빙빙에게 확실히 ‘큰일’이 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둬웨이는 소식통을 인용, “판빙빙의 중국 연예계 복귀는 이미 불가능해졌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