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 잔치' 외국계 주류 회사…직원은 구조 조정 '칼바람'
일간스포츠

입력 2019.02.07 07:00


페르노리카·디아지오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주류 회사들의 '먹튀' 경영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대한민국에서 번 돈 수천억원을 해외 본사에 보내면서 직원 수백 명을 구조 조정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 '고배당 후 희망퇴직'이라는 '평행 이론'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심지어 번 돈 이상으로 배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자가 나도 해외 본사로 배당금을 송금하는 경우까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에 458억원 보낸 페르노리카, 직원에게는 "나가세요"
6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고배당으로 가장 논란이 되는 업체는 세계 2위 주류 회사 페르노리카의 국내법인 '페르노리카코리아'다.

이 회사는 지난달 22일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의 매각과 동시에 270여 명의 직원을 94명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위스키 시장이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회사 생존을 위해 주요 브랜드를 매각하고 임직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장 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사장은 지난달 24일 직원들에게 "회사 생존 노력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룹의 한국 시장 철수를 포함해 다른 대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조기퇴직프로그램(ERP)을 통한 인력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압박했다.

장 투불 사장의 주장과 달리 노조는 '먹튀'라고 반박한다. 그동안 프랑스 본사에 고배당금을 송금하며 고의적인 경영상 손실을 낸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년간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 법인이 프랑스 본사에 배당한 돈만 458억5000만원에 달한다. 2016년(2015년 7월~2016년 6월) 영업이익이 139억500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252억원을 배당했고, 2017년에는 91억5000만원을 전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48억9000만원으로 급감했지만, 115억원을 배당했다. 무리한 배당에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35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다.

사실상 고액 배당을 챙기고 회사를 파는 '계획된 먹튀'라는 것이다.

페르노리카는 국내에 법인이 두 개다.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로 나눠 운영한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발렌타인·로얄살루트·멈·앱솔루트 등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판매하는 회사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국산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을 도맡아 왔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프랑스 본사의 아시아 법인인 페르노리카아시아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지주사인 얼라이드도멕홀딩스가 각각 지분 100%를 보유한다.

더 큰 문제는, 페르노리카가 국내 실적이 악화될 때마다 한국 직원들을 내보내는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2014년에 직원 30여 명을 내보냈고, 2015년에도 50여 명을 줄였다. 그리고 올해는 130여 명 감원이 예정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렌타인 브랜드는 지난해부터 이정재·정우성 등 톱스타를 모델로 내세워 대대적 광고를 하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국산 위스키 브랜드인 임페리얼은 수년째 버려둔 채 배당금만 가져간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위스키 시장이 갈수록 침체되면서 더 이상 투자할 기회를 찾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주주 배당을 확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서 위스키 팔아 모조리 해외 배당한 디아지오
고배당은 페르노리카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1위 주류 회사인 디아지오의 한국 법인 디아지오코리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올라온 디아지오코리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영국 본사에 총 303억원을 배당했다.

2018년 당기순이익이 30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번 돈을 그대로 본사에 배당한 셈이다. 당시 외국계 기업의 배당 성향 평균이 51%인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17년에도 5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572억원을 본사에 배당해 배당액이 순이익을 넘어섰다. 심지어 2016년에는 572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1354억원을 본사에 보냈다. 매년 30%씩 수익성이 하락하는 상황에도 순이익을 넘어서는 과도한 배당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7월 5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고배당 후 희망퇴직'이라는 업계 공식을 그대로 실현한 것이다. 이에 당시 5년 이상 근무자 3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외국계 주류 회사에 넘어간 오비맥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비맥주는 1998년 두산그룹이 AB인베브에 팔았다가 2009년 사모펀드 케이케이아르(KKR)에 매각됐다. 이후 2014년 AB인베브가 다시 인수해 지금까지 유지한다. AB인베브는 버드와이저·코로나 등을 거느린 세계 1위 맥주 회사다.

AB인베브는 2015년 순이익(2536억원)보다 많은 3700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해 '고배당' 논란이 일었다. 그러면서 2016년 4월과 11월에 두 차례의 희망퇴직을 실시해 전체 직원(1800여 명)의 8%가량인 150여 명을 내보냈다.

2017년에도 순이익(3271억원)보다 많은 3450억원을 본사로 배당했다. 이후 지난해 근속 연수가 만 15년이 넘는 이천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당시 희망퇴직 대상자인 오비맥주 이천공장 소속 장기근속자 16명이 그해 9월에 퇴직을 신청했다. 그리고 최대 9명(비공식 집계)의 직원이 퇴직자로 선정돼 오비맥주를 떠났다. 3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입금하고 1년 이후에 여지없이 직원 대상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셈이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관계자는 "2015년 배당은 2년치 이익을 한꺼번에 배당하다 보니 높게 보일 뿐"이라며 "최근 희망퇴직 역시 회사의 전체적 인력을 줄이려는 구조 조정 차원이 아니라, 인력 선순환을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으로, 희망퇴직을 한 만큼 신규 채용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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