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브랜드 헤쳐 모여!"…패션·뷰티 기업, 복합 매장으로 승부수
일간스포츠

입력 2019.03.26 07:00


국내 패션·뷰티 기업들이 흩어져 있던 브랜드를 한데 모으는 '복합 매장'을 잇달아 선보인다. 최근 K뷰티·패션 업계가 과열 경쟁 시대에 접어들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를 잘되는 브랜드와 묶어 팔겠다는 의도다. 매장을 카페화하거나 '셀피족(자신의 사진을 스스로 찍는 사람들)'을 위한 SNS(소셜네크워크서비스)용 공간으로 탈바꿈해 매출 시너지를 노리는 브랜드도 부쩍 늘고 있다. 
 
 
"우리 브랜드 한자리에 모두 모여!"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 탑승동 두 곳에 국내 최초 화장품 편집 숍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블리블리·에그·멀블리스·디피씨·아비브 등 40여 개 국내 중소 브랜드를 모아 기존 면세점과는 차별화된 K뷰티 브랜드를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한국 중소·중견 브랜드를 인천공항에 처음으로 유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편집 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으로 '시코르'와 '스톤브릭'의 입점을 꼽는다. 시코르와 스톤브릭은 신세계그룹과 이마트가 각각 2016년과 지난달 론칭한 뷰티 브랜드다. 사실상 신생이고 인지도가 낮은 이 두 브랜드는 계열사인 신세계면세점을 통해 단번에 인천국제공항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입소문이 난 타사 브랜드와 같은 공간에 묶이면서 판로 확대와 홍보 효과를 동시에 노리게 됐다. 


이는 신세계그룹만의 현상이 아니다. 25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대형 화장품 그룹인 엘카코리아는 지난주 롯데백화점 안산점에 '에스티로더'와 '크리니크' '아베다' '랩 시리즈' 등 자사 브랜드 제품을 한곳에 모은 복합 매장 '뷰티 허브'를 열었다. 기존 백화점 매장에서는 따로 구역을 나눠 매장을 구성했지만, 뷰티 허브는 모든 브랜드를 한곳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린 에스티로더를 사러 온 고객이 아베다 등 비교적 매출 규모가 적은 브랜드까지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패션 전문 기업 한섬도 오는 5월 롯데백화점 중동점에 '한섬 복합관'을 열 예정이다. 명품에 버금가는 고가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타임은 물론이고 마인과 오브제·더캐시미어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한섬과 엘카코리아는 이런 형태의 복합관을 꾸준히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브랜드를 키우고 매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백화점 역시 프리미엄급 브랜드를 한꺼번에 유치할 수 있어 복합 매장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람부터 모으자…매장을 카페·스튜디오화하기도
 
매장을 SNS '핫 스폿'으로 만들거나 카페 등 문화가 결합된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단 사람이 모이게 해 침체한 분위기를 띄우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다.  

원 브랜드 숍 '바닐라코'는 지난 6개월 동안 서울과 부산 등 12개 백화점 매장을 철수하고 4개 가두 매장을 폐점했다. 대신 서울 신촌점이나 홍대스타점 등 상징적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소비자들이 SNS 인증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민 공간으로 바꿨다. 바닐라코 대구 동성로점 매장은 보랏빛 은은한 조명으로 분위기를 낸 '미러룸'과 그네 모양의 포토 존·유니콘 목마 등을 비치해 젊은 세대가 방문해 SNS에 업데이트할 수 있는 '사진 핫 플레이스'로 꾸몄다. 바닐라코 측은 "20~30대 여성 소비자들의 최근 트렌드를 고려해 메이크업하며 놀 수 있는 공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시각적 매력을 강조해 '셀피' 등의 배경 장소로 쓰일 수 있는 복합 공간을 지향한다"고 전했다.

매장 내 카페를 만들어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바꾼 브랜드도 있다. 삼성물산패션 부문은 지난해 12월 직수입을 전개한 프랑스 디자이너 '메종키츠네' 브랜드 매장을 신사동 가로수길에 약 100평 규모로 열어 패션·음악·카페를 결합한 복합 매장으로 바꿨다. 이곳 1층에는 파리와 도쿄에 이어 카페 '키츠네'를 오픈했다. 삼성물산패션 측은 "매장 내 카페 키츠네를 복합 구성해 가로수길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오롱FnC도 지난 2년 동안 서울 경리단길·용산 에피그램 패션 브랜드 매장에 '올모스트홈 카페'를 오픈했다. 코오롱FnC 측은 "패션 매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면서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옷을 보며 쇼핑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장당 하나의 브랜드만 입점하는 것은 사실상 끝나 간다고 봐야 한다. 유통 관리비가 너무 많이 들고, 온라인 소비 시대에 접어들수록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여러 개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으거나 이를 문화 공간과 겸하는 것은 사람들을 모이게 해 소비를 유도하려는 당연한 노력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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