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은 한국의 오클랜드, 프런트는 사고뭉치
일간스포츠

입력 2019.10.31 06:00


선수단은 매년 뜨거운 가을을 선사한다. 프런트가 그 땀의 가치를 수포로 만든다. 팀 명이 바뀌어도 히어로즈 프런트의 방만한 경영은 여전하다.  
 
한국시리즈 진출팀 키움이 또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한 매체는 지난 29일 2군 선수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소개하며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측근들이 상식 수준을 웃도는 대우를 받고 있다고 알렸다. 하루가 지난 뒤 구단은 2군 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고위직이 받는 '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이 없었다.  
 
히어로즈는 수년째 프런트의 과오로 구단 이미지가 실추하고 있다. 이장석 전 대표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범죄'라는 단어와 연관 검색어가 됐다. 그는 빌리 장석으로 불렸다. 메이저리그 구단 오클랜드의 혁신을 주도한 빌리 빈 단장과 비견됐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도 야구단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어필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성적까지 따라주자 그를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구단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은, 빌리 장석이라는 이장석 본인이다. 몰락을 자초했다. 그는 구단을 인수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재미교포 사업가인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으로부터 20억 원을 투자받았다. 지분 40%를 주는 조건이었다. 이후 구단은 성장했다. 2011년에 홍 회장이 한 강연회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전하자 경영권을 사수하려는 이 전 대표는 단순 투자금이었다며 입장을 바꿨다.  

 

분쟁이라는 표현이 무색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2012년 12월 "히어로즈는 홍 회장에게 지분 40%에 해당하는 주식 16만4000 주를 양도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까지 했다. 바로 기각됐다.  
 
그리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배임 횡령 혐의도 나왔다. 경영권을 지키려다가 제 발에 넘어진 셈이다. 야구장 내 매점 임대보증금 반환 사용 명목으로 장부를 조작한 뒤 개인 비자금으로 활용한 혐의가 있었다. 회삿돈으로 지인의 술집 인수 비용을 지원한 혐의도 있었다.  
 
2018년 2월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장석 전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부외 자금 조성으로 인한 횡령 부분에 대해 불법 영득 의사가 없다'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무실 개인 금고에 보관해 필요에 따라 사용한 정황이 인정됐다. 허위 거래, 예금 계정을 활용해 회사 자금을 반출·횡령한 혐의도 관련 인물들의 진술, 취급 근거와 그에 대한 결정 경위에 대한 설명이 일관되지 않다고 봤다.
 
KBO는 이러한 판결이 나온 당일 리그 규약 제152조 5항에 따라 프로야구 관련 업무에 한해 직무 정지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를 적용해 영구 실격 처분을 내렸다.  
 
현직이든 전직이든 구단 경영자의 이슈로 온갖 부정적인 단어가 나왔다. 야구를 사랑하는 젊은 경영자로 각광 받았기에 배신감도 컸다. 애먼 선수단도 영향을 받았다. 문제는 이 전 대표의 흔적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히어로즈 경영진은 2018년 5월에는 리그 신뢰도를 추락시킨 '뒷돈 트레이드' 파문의 중심이었다. SK를 제외한 여덟 구단과 실시한 12건의 트레이드에서 현금을 주고받고 축소 또는 누락 발표했다. 뒷주머니로 챙긴 돈은 무려 131억 5000만 원이다. 어둠 속 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다. 위법과 편법이 만연한 리그에 야구팬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누적된 논란에 피로감이 쌓였고 행동으로 표출됐다. 올 시즌 800만 관중 유치에 실패한 시발점으로 봐도 무방하다.    
 
히어로즈 구단 고위직 인사도 꾸준히 논란의 중심이 됐다. 올 시즌 개막 직전에는 임은주 단장을 선임했다가 열흘 만에 교체했다. 그가 축구단 단장 재직 시절에 여러 송사와 의혹에 휩싸였던 점이 재조명되면서 여론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이장석 전 대표가 표면적으로 물러난 뒤 내부에서 알력 다툼이 있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이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 꾸려진 키움 히어로즈의 스프링캠프에서 청백전 투수로 나서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이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 꾸려진 키움 히어로즈의 스프링캠프에서 청백전 투수로 나서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허민 구단 이사회 의장도 그동안 쌓은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구단주를 하며 인프라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미국 독립리그 마운드까지 오르며 유별난 야구 사랑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 키움 퓨처스팀에서 선수들과 캐치볼을 하고 자신이 던지는 공을 치게 했다. 구단은 해명했지만 '갑질' 논란이 유독 민감하게 여겨지는 시국이었기에 논란은 더 커졌다.  
 
키움 선수단은 2년(2018~2019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투혼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름 없는 영웅이 꾸준히 등장해 뜨거운 가을을 만들었다. 그러나 박수받아야 할 시점마다 프런트가 엇박자를 낸다. '저비용 고효율' 야구를 실현하고 있는 키움의 1, 2군 선수단이 프런트 고위직이 배를 채우고 권력을 남용하는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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