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30·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12월에야 처음으로 웃었다. 올 시즌은 개막 초반부터 표정이 밝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2018~2019)에 개막 11연패를 당했다. 외인 선수 베키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네 경기에 출전했지만 공격성공률은 35.29%에 그쳤다. 결국 방출 했다. 센터 김세영이 이적하며 높이 싸움에서 열세에 놓이기도 했다. 시즌 12번째 경기던 12월 5일 KGC인삼공사전에서 간신히 첫 승을 신고했다. 시즌 최종 성적은 9승21패. 4위 IBK기업은행에 승점 21점 뒤진 5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은 초반 기세가 다르다. 5일 현재 네 경기를 치러 3승1패, 승점 9점을 기록했다. 리그 2위다. 전력 상승을 거론하기에는 표본이 적다. 그러나 짜임새 있는 경기력이 돋보인다.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의 기량에 물이 올랐다. 볼 배급뿐 아니라 득점력도 향상됐다. 외인 마야와 황민경,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한 고예림까지 측면 공격수들의 지원도 든든하다.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센터인 양효진의 경기력은 한결같다. 4일까지 득점 10위(57점)·오픈 공격 2위(45.31%)·속공 2위(52%)·블로킹 4위(세트당 0.571개)를 기록했다. 최근 두 경기에서는 모두 팀 내 최다 득점을 했다. 현대건설 공·수의 중심이다.
지난해 12월, 11연패를 끊은 경기 뒤에 만난 양효진은 "계속 지다 보니 위축된 것 같다"며 온전히 웃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도로공사전 셧아웃 승리 뒤에는 활력과 여유가 있었다.
1년 전을 돌아본 그는 "1승이 절실했던 그때는 어떡하든 득점을 해야 했다. 때로는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있었다"고 했다. 올 시즌에 대해서는 "공격을 하는 선수가 많다 보니 다양한 루트가 만들어졌다. (이)다영이도 두루 활용하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 부담을 덜어주는 동료들이 있어서 든든하다. 시너지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건설이 보여주고 있는 강세는 다양한 루트를 활용하는 공격뿐 아니라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드는 강서브도 한 몫 했다. 양효진도 3일 열린 기업은행전에서 에이스 5개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강서브는 올 시즌 V-리그 추세다. 현댁건설도 연구와 연습을 많이 한다. 이도희 감독의 주문이기도 하다. 양효진은 "좋은 서브는 블로킹과 수비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나도 까다롭게 때리는 편인데 더 효과 있는 서브가 되도록 할 생각이다"고 했다.
양효진은 데뷔 13년 차 베테랑이다. 팀 분위기를 보면 장기 레이스의 과정과 결과가 예측이 된다. 올 시즌은 예감이 좋다. 그는 "오프시즌마다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탓에 내부에 자세한 일들까지 알 순 없었다. 그러나 개막 전에 느껴지는 결과가 있다. 지난해는 힘들 것 같았다. 올해는 다르다. 책임감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팀이 강하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면서 긴장감도 유지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며 현대건설의 재도약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