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의 2019시즌은 화려했다. 정규시즌에선 29경기에 등판해 무려 17승(4패)을 따냈다. 평균자책점도 3.64로 수준급. 1군 데뷔 3년 만에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리그를 대표하는 오른손 투수로 성장했다. 두산을 통합 우승으로 이끈 핵심 주역 중 한 명이다. 활약은 태극마크를 달고도 계속됐다. 17일 마무리 된 프리미어12에선 대표팀 투수 중 가장 많은 5경기에 나와 1승 평균자책점 1.08(8⅓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누구보다 인상적인 모습으로 성공적인 1년을 마무리했다.
중요한 건 몸 상태 체크다. 이영하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핵심 역할을 하면서 많은 공을 던졌다. 이미 정규시즌 동안 163⅓이닝을 소화하며 개인 첫 규정이닝을 충족했다. 2018시즌(122⅔이닝)과 비교하면 약 40이닝을 더 던졌다. 투구수는 2103개에서 2646개로 543개가 늘어났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98구를 기록한 것까지 더하면 소속팀 두산에서만 2700구가 넘는 걸 혼자서 책임졌다. 3000구를 넘긴 워윅 서폴드(한화·3142구)를 비롯해 다른 투수들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은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나이와 경험을 고려하면 자칫 부하가 걸릴 수 있다.
긴 휴식 없이 대표팀 일정을 바로 소화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일정은 10월 26일 마무리 됐고 이영하는 이틀 휴식 후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한숨을 돌릴 틈도 없이 프리미어12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11월 6일 호주(7구)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시작으로 8일 쿠바전(25구) 11일 슈퍼라운드 미국전(23구) 15일 멕시코전(34구) 그리고 17일 열린 일본과 결승전(47구)까지 경기에 계속 나섰다. 5경기 총 투구수는 136개.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선발 뒤에 나오는 '+1' 투수로 이영하를 올렸다. 구위가 위력적이었던 만큼 중용되는 횟수도 많았다. 정규시즌과 비교했을 때 경기당 투구수는 적지만 익숙한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뛰면서 긴 휴식을 보장받지 못했다. 대표팀의 필승조로 긴박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밟아 피로감은 계속 누적됐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올해 투구이닝이 너무 많았다. 그 후유증은 분명히 있을 거다. 내년에도 올해 같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며 "이영하는 아직 어깨가 완전히 형성될 나이가 아니다. 공 끝에 힘이 있어야 주 무기인 포크볼이 위력을 갖는 데 힘이 떨어지면 타자 눈에 들어오는 변화구다. 어깨 상태를 위해서라도 휴식이 필요한 게 맞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