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리면 몰린다, '원맨팀' 비애
일간스포츠

입력 2019.11.20 06:00

지난 17일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 이재영의 스파이크가 러츠의 블로킹에 막히고 있다. 김민규 기자

지난 17일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 이재영의 스파이크가 러츠의 블로킹에 막히고 있다. 김민규 기자


챔피언 수성도 최하위 탈출도 선수 한 명의 힘으로는 어렵다. 일시적 원맨팀이 된 여자부 흥국생명과 예고된 원맨팀인 남자부 한국전력 얘기다.  
 
흥국생명 에이스 이재영(23)은 지난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전에서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득점을 경신했다. 종전 37점을 넘어 40점을 쏟아냈다. 공격으로만 35득점. 성공률(44.87%)도 준수했다. 그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다. 현재 V-리그 여자부 최고의 공격수다.  
 
주목되는 지점은 이재영의 공격점유율이다. 46.71%를 기록했다. 시즌 평균은 GS칼텍스전을 포함해도 36.46%에 불과하다. 이유가 있다. 외인 루시아가 결장했다. 맹장 수술을 받았다. 디펜딩챔피언인 흥국생명을 외인이 없다고 원맨팀으로 볼 순 없다. 그러나 공격만큼은 외인의 빈자리가 이재영에게 쏠리는 게 사실이다. 이 경기에서는 이재영이 펄펄 날았다. 대각 공격은 상대가 대비를 하고도 막지 못했다.  
 
문제는 이재영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기복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GS칼텍스전 5세트에서는 이재영도 힘이 빠졌다. 공격점유율은 69.57%에 이르렀지만, 성공률은 25%였다. 4득점. 승부가 결정되는 세트다. 집중력은 높아지지만 발은 무겁다. 수(手)가 읽힌 팀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모든 블로커가 이재영에게 세트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2주 동안 두 경기를 치른다. 외인보다 믿을 수 있는 토종 득점원을 보유한 흥국생명은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팀보다 낫다. 그러나 선수의 출전 관리는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의 고민이 될 수 있다. 이재영은 비시즌 동안 왼쪽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았다. 대표팀 일정도 소화했다. GS칼텍스전처럼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면 팀과 선수 모두에게 좋지 않다. 3강 구도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신중한 안배와 선택이 필요하다.  

 
한국전력 가빈 슈미트. KOVO 제공

한국전력 가빈 슈미트. KOVO 제공


흥국생명은 외인이 곧 돌아온다. 일시적인 고민이다. 그러나 남자부 한국전력은 이런 고민이 지속될 수 있다. 예상대로 외인 가빈 슈미트(33)의 원맨팀이다. 예상대로 시즌 초반부터 고전이다.  
 
가빈은 챔프전 MVP만 세 차례 수상하며 삼성화재의 왕조 시절을 이끈 외인이다. 시즌 개막 전에는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의구심이 있었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며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주까지 나선 아홉 경기에서 227득점. 이 부분 2위다.  
 
문제는 국내 선수의 지원이다. '토종 에이스' 서재덕이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운 상황. 1라운드까지는 가빈에게 쏠리는 공격 루트를 분산시켜줄 선수가 없었다. 3년 차 세터 이호건이 상대 블로커의 허를 찌르는 세트를 매번 시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빈은 지난주까지 나선 아홉 경기에서 공격점유율 44.78%를 기록했다. 전체 1위다.  
 
배구는 블로커 한 명이 붙느냐 떨어지느냐로 승부가 갈린다. V-리그 역사에 원맨팀이 정상에 오른 사례가 없지 않지만, 루트가 단순한 팀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블로커는 쉽게 몰린다. 한국전력은 18일 현재 2승7패, 승점 8점을 기록하며 리그 6위에 머물고 있다. 경기력은 최하위 KB손해보험보다 떨어진다. 이런 양상을 벗어나지 않으면 2년 연속 최하위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최근 세 경기는 달라질 조짐이 보인다. 레프트 김인혁(24)의 경기력이 올라왔다. 2라운드 첫 경기던 8일 현대캐피탈전에서는 20득점을 했다. 다섯 경기 연속 공격 성공률 50% 이상 기록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도 선수의 상승세를 포착했다. 젊은 레프트 활용 의지도 엿보이는 상황. 가빈 의존도를 줄이려는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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