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맺고 팀을 옮길 수 있는 FA 신분의 오지환이 LG와 계약서에 사인을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사실상 LG에 남겠다'는 확실한 의사를 전달했다. LG 구단 측에 따르면 오지환의 에이전트는 5일 오후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FA 계약과 관련해 구단에 백지위임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차명석 LG 단장은 "오지환 선수의 의견에 감사하고 구단은 최대한 존중과 예우를 하겠다"며 "원만하게 계약 합의에 이르겠다"고 밝혔다. 다만 차명석 단장의 해외 출장 일정과 구단의 내부 회의 등을 고려해 조만간에 계약 발표가 이뤄지진 않을 전망이다.
FA 선수, 그것도 팀의 주축 선수가 '원소속팀에 남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계약 기간과 총액 등에 있어 구단에 백지위임을 하는 사례는 드물다. 대개 구단과 선수는 계약 기간, 총액, 세부 조건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다.
오지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앞서 오지환의 에이전트와 LG 구단은 세 차례 만났다. 이 과정에서 오지환의 에이전트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LG 구단에) 6년 계약을 요구했다"는 협상 관련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큰 부상 없이 뛴 오지환이 아직 젊은 만큼 계약 기간을 좀 더 늘려 보장하길 원했다.
지금까지 FA 6년 계약은 정수근(롯데, 2003년 40억6000만원) 최정(SK, 2018년 106억원(2018년) 두 명뿐이었다. 오지환 에이전트측이 SNS에 올린 '6년 제의'는 자신의 발목을 붙잡은 꼴이 됐다. 이 게시물은 얼마지 않아 자진 삭제 처리했다.
반면 LG측은 오지환이 그동안 팀에 공헌한 점을 평가하면서 4년 계약을 주장했다. 2009년 LG 1차지명으로 입단한 오지환은 최근 몇 년간 팀을 대표하는 유격수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 '신인' 구본혁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을 정도였다. 통산 1207경기에서 타율 0.261, 103홈런, 530타점을 올렸다.
모름지기 FA 계약은 시장 상황과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오지환은 그동안 큰 부상 없이 뛰었고, 이번에 FA 자격을 얻은 선수 중 상위권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기록 등에 있어 아쉬움도 컸다. 특히 그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구단이 없었다. 한 에이전트는 "수도권 구단의 현장에서 오지환 영입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구단 고위층에서 여러모로 영입을 꺼렸다"고 전했다. 차명석 단장은 협상 전부터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하며, 이를 고려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오지환측은 시장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LG 구단에 백지위임을 한 것으로 보인다.
FA 계약을 진두지휘 중인 차명석 단장은 오는 7일 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와 계약 및 전지훈련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해 12월 중순 돌아올 예정이다. 차 단장은 "계약을 확신할 순 없을 때 속도를 내야 하나, 현재로선 굳이 속도를 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면서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에 구단 미팅, 보고 등을 통해 (계약 기간 및 총액 등에 관한)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협상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았으나 '섭섭하게 대우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차 단장은 "오지환이 나를 믿고 구단에 위임해 정말 고맙다"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최대한 예우와 존중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