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은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으며 선발 멤버로 중용됐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최근 연속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이런 황인범은 한국 축구팬들의 비난의 대상이 됐다. 벤투 감독의 보수적인 선수 기용도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황인범이 대표팀 내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11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쳐진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1차전 홍콩과 경기에서였다.
E-1 챔피언십은 다른 A매치와 다른 성격을 지녔다. 국제축구연맹(FIFA) 승인 A매치가 아니다. 따라서 벤투호의 주축 선수들인 유럽파를 소집할 수 없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희찬(잘츠부르크) 등이 E-1 챔피언십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
이번 대표팀은 K리거 위주로 꾸렸다. 변화가 불가피했다. 벤투 감독은 홍콩전에 K리그 중심의 베스트 11을 내세웠다. K리그1(1부리그) MVP 김보경(울산 현대)을 비롯 문선민(전북 현대) 김태환, 박주호(이상 울산) 손준호(전북) 등이 나섰다.
그동안 벤투호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들.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몸은 전체적으로 무거웠고, 홍콩의 밀집수비에 고전해야 했다. FIFA 랭킹 41위 한국이 139위 홍콩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이 고전할 때 등장한 영웅이 황인범이었다. 그는 전반 20분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시도하는 등 한국 공격을 이끌었고, 가장 매서운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한국의 첫 골도 성공시켰다. 전반 추가시간 아크 중앙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로 감아찼고, 공은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환상적인 프리킥이었다.
후반에도 K리거들은 여전히 홍콩의 압박수비에 고전했다. 간혹 황인범의 패스로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후반 37분 나상호(FC 도쿄)가 추가골을 넣었다. 공교롭게도 나상호 역시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난 받던 선수 중 하나였다. 이런 나상호도 골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결국 경기는 한국의 2-0 승리로 끝났다. 황인범이 경기의 흐름을 바꿨고,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 됐다. 유럽파가 빠진 벤투호, '에이스'는 황인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