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 추첨이 끝났다. K리그1(1부리그)는 ACL에 나설 팀들이 모두 결정된 상황. 리그 3연패를 달성한 '챔피언' 전북 현대를 시작으로 2위 울산 현대, 그리고 FA컵 우승팀인 수원 삼성이 본선에 직행하고 3위 FC서울이 플레이오프를 치러 본선 무대에 도전한다. E조부터 H조까지 동아시아 4개 조에 각각 배정돼 경쟁을 치르게 된 이들의 상대는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팀들이다.
그동안 K리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클럽 경쟁력을 자랑해왔다. 현재 체제로 개편된 2003년 이후 5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대회 전신까지 포함하면 우승 11회, 준우승 6회로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전북이 마지막으로 ACL 우승을 차지한 뒤 2017년과 2018년, 그리고 올해까지 부진이 이어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2017년에는 3개 구단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제주 유나이티드가 16강에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고 2018년에는 수원이 4강까지 올라갔으나 가시마(일본)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19년에는 경남FC와 대구FC가 처음으로 ACL에 나서 분전했으나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전북과 울산도 나란히 16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 이어지는 사이 K리그의 AFC 클럽 랭킹도 중국, 카타르,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5위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ACL에 나서는 K리그 팀들의 목표는 당연히 정상 탈환이다. 일단 전북은 4개 조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H조에 배정받았다. 전북과 한 조가 된 팀들은 일본 J리그 전통의 강호이자 올 시즌 15년 만의 우승을 달성한 요코하마 F. 마리노스, 호주 A리그 챔피언인 시드니FC(호주)다. 나머지 한 자리는 플레이오프로 결정되는데 중국 슈퍼리그 3위에 오른 상하이 상강(중국)이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한중일 동아시아 3국에 호주 챔피언까지 모여 '죽음의 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우승 이후 다시 한 번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전북으로선 조 편성부터 부담이 크다. 한국, 일본, 호주 챔피언이 한 조에 속한데다, 플레이오프를 치러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하이 상강도 껄끄럽다. 지난 시즌 ACL 16강에서 만나 승부차기 끝에 탈락의 아픔을 안겨준 팀이 바로 상하이 상강이기 때문이다.
울산도 껄끄러운 상대를 만난다. F조에 배정된 울산은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상하이 선화(중국)와 한 조에 묶였다. FA컵 우승으로 ACL 출전권을 거머쥔 상하이 선화에는 '고공 폭격기' 김신욱도 있다. 전북 시절부터 울산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최 감독, 그리고 울산에서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한 김신욱과 ACL 무대에서 부딪히게 된 셈이다. 최 감독의 존재만으로도 버거운데, 친정팀을 상대하게 된 김신욱까지 있으니 맞대결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호주 팀인 퍼스 글로리가 포함돼 원정 부담도 더해졌다. 플레이오프 진출팀에게 주어지는 남은 한 자리는 J리그 준우승팀인 FC 도쿄가 유력하다. 나상호, 오재석, 유인수 등 한국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FC 도쿄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올 시즌 순위는 8위에 그쳤지만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ACL 출전권을 거머쥔 수원 역시 쉽지 않은 상대가 즐비하다. 수원은 중국 슈퍼리그 우승팀 광저우 헝다, 말레이시아 챔피언인 조호르 다룰 탁짐과 함께 G조에 배정됐는데, 거리상으론 호주보다 낫다고 해도 동남아 원정 역시 험난한 편이라 초반 성적 관리가 중요해졌다. 나머지 한 자리는 일본 일왕배 우승팀이 올라올 예정인데 그 상대는 2020년 1월 1일에 결정된다.
K리그 4개 팀 중 가장 먼저 ACL 일정에 돌입하는 서울은 일단 플레이오프를 먼저 치러야 한다. 내년 1월 28일 열리는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야 E조로 올라가 베이징 궈안(중국) 치앙라이 유나이티드(태국) 그리고 또다른 플레이오프 승자와 겨룰 수 있다. 아무래도 김민재가 있는 베이징 궈안과 맞대결이 가장 큰 관심을 모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