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우 있기에…한선수 빠져도 대한항공 고공행진
일간스포츠

입력 2019.12.13 08:32

주전 없이 선두, 비밀은 백업세터
대학 시절 전관왕 주역 최고선수
의료사고 여파 10년 넘게 진통제
“두 살 딸이 알 때까지 계속 뛰고파”

웃고 있어도 유광우는 아프다. 10여년 전 의료 사고 이후 여전히 진통제를 맞으며 뛴다. 선두 비행 중인 대한항공. 그 조종간을 잡은 건 ‘백업 세터’인 그의 두 손이다. 우상조 기자

웃고 있어도 유광우는 아프다. 10여년 전 의료 사고 이후 여전히 진통제를 맞으며 뛴다. 선두 비행 중인 대한항공. 그 조종간을 잡은 건 ‘백업 세터’인 그의 두 손이다. 우상조 기자

프로배구 대한항공 점보스는 최근 ‘기장’을 잃었다. 세터 한선수(34)가 지난달 손가락을 다쳤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흔들리지 않고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또 다른 파일럿 유광우(34) 덕분이었다.
 
10일 경기도 용인 체육관에서 만난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유광우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씩 웃었다. 시즌 직전 현금 트레이드로 영입한 유광우가 한선수 빈자리를 잘 메꿔주고 있다.  
 
대한항공은 12일 현재 선두다. 박 감독은 “내년 1월 열릴 올림픽 예선전에 한선수가 차출될 예정이라 고민했다. 또 한선수도 나이가 있어서 힘들 때 받쳐줄 선수도 필요했다. 그런데 (유)광우가 이렇게 많이 뛰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유광우는 “대한항공 팀 동료들 기량이 뛰어나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 리시브도 잘 해주고, 어려운 공이 올라가도 잘 때려준다. 나는 ‘잘 묻어가고 있다’며 웃었다.
 
유광우는 대학(인하대) 시절 팀을 전관왕으로 이끈 ‘넘버원’ 세터였다. 2007년 삼성화재에 입단해 V-리그 7연패(2007~13년)에 기여했다. 이 기간 유광우는 여섯 차례 우승했고, 세 차례 세터상을 받았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다 나이가 들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2017년 자유계약선수(FA) 박상하의 보상 선수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었다. 노재욱이 팀에 오면서 다시 출전 기회가 줄었다. 유광우는 "그때는 ‘이제 은퇴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때 대한항공이 손을 내밀었다. 황승빈의 입대로 백업 세터가 필요했다. 유광우는 "워낙 잘하는 팀이라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배구를 계속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라이벌이자 친구인 한선수와 유광우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유광우는 "선수가 ‘잘해보자’고 했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우승만 생각하려고 했다”며 "대한항공은 (빠른 토스) 스타일에 팀이 맞춰졌다. 그래서 나도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광우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하지 않느냐”며 "우승하면 그때까지 힘들었던 게 싹 잊힌다. 한동안 우승을 못 했는데 올해가 기회다.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기원 감독은 "(유광우가) 진통제를 맞은 날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그런데 견뎌낸다. 눈물이 난다”고 했다. 유광우는 프로 입단 후 발목 수술을 받았다. 의료사고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10년 넘게 고통스러운 치료와 재활을 거듭했다. 잘 버텨냈다. 그는 "신경주사를 1, 2주 간격으로 맞는다. 한 번에 3시간 걸린다. 정말 고통스럽다. 운동보다 더 괴롭다”며 "그래야 운동을 할 수 있으니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최근 유광우는 ‘매의 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6일 OK저축은행-대한항공전 때 불거진 ‘경기구 소동’ 때문이다. 경기구 제조업체와 심판의 실수로 경기에 지난 시즌 공이 사용됐다. 2세트 도중 유광우가 "예전 공인 것 같다”고 항의했다.  
 
유광우는 "정지석이 서브를 넣은 뒤 ‘공에 바람이 빠진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공은 탄성이 커졌다. 알고 보니 지난해 공이었던 것”이라며 "자세히 보니 색깔이 달랐다. 바닥에 튕겨보니 눈에 띄게 덜 튕겼다. 그래서 심판에게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사용구 5개가 모두 지난 시즌 거였다.
 
2014년 결혼한 유광우는 1남 1녀를 뒀다. 부상과 체력 저하로 힘들어도 배구를 접을 수 없는 건 아이들이 있어서다. 그는 "네 살 난 아들이 가끔 경기장에 오는데, 경기가 끝난 뒤 코트에서 하이파이브하는 걸 좋아한다. ‘아빠 경기 언제 해요’라고 묻기도 한다”며 "욕심 같지만 2살짜리 딸도 아빠가 배구 선수라는 걸 알 때까지 더 뛰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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