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부터 황인범까지, 한일전 시그니처가 된 산책 세리머니
일간스포츠

입력 2019.12.20 06:00

김희선 기자
지난 2010년 일본과 친선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고 산책 세레머니를 펼친 박지성. IS포토

지난 2010년 일본과 친선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고 산책 세레머니를 펼친 박지성. IS포토

 
시작은 2010년 5월 24일이었다.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친선전, 경기 시작 6분 만에 박지성(38·은퇴)의 발 끝에서 골을 터졌다. 6만 관중이 가득 들어찬 사이타마 스타디움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선수 소개 때 박지성의 이름이 불리자 야유를 퍼부었던 일본 관중들은 입을 다물었고, 박지성은 유유히 그라운드를 누비며 조용해진 관중들을 흘끗 바라봤다. 특별한 행동 없이도 그저 그라운드를 가볍게 달리며, 자신에게 야유를 보냈던 관중들을 바라보는 박지성의 모습에 일본은 침묵했다. 역사에 남을 첫 번째 '산책 세리머니'였다.
 
온 국민에게 통쾌함을 안겨준 박지성의 이 세리머니 이후, '산책 세리머니'는 한일전 승리의 상징이 됐다. 한일전에서 골이 나오면 누군가는 반드시 산책 세리머니를 펼쳤다. 사이타마의 승리 이후 3무2패로 좀처럼 한일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던 한국이 두 번째 산책을 펼친 건 2017년, 역시나 일본에서였다.
 
지난 2017 EAFF E-1 챔피언십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염기훈의 득점 후 산책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는 선수들. 대한축구협회

지난 2017 EAFF E-1 챔피언십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염기훈의 득점 후 산책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는 선수들. 대한축구협회

 
당시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한국은 멀티골 활약을 펼친 김신욱(31·상하이 선화)의 활약과 정우영(30·알 사드) 염기훈(36·수원 삼성)의 연속골로 4-1 완승을 거뒀다. 선제골을 내주고 이후 네 골을 내리 넣어 거둔 역전승이라 통쾌함이 더 컸다. 이 경기에서 염기훈은 후반 23분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에 들어선 지 1분 만에 승부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뜨렸다. 프리킥 상황에서 전매특허인 왼발로 쐐기골을 터뜨린 염기훈은 팀 동료들과 함께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하며 일본을 침묵에 빠뜨렸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 일본과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산책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는 황희찬의 모습. IS포토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 일본과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산책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는 황희찬의 모습. IS포토

 
다음해인 2018년, 또 한 번의 산책 세리머니가 나왔다. 장소는 인도네시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이 성사됐고,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한국이 2-1 승리를 거뒀다. 연장 전반 11분, 결승골을 터뜨린 황희찬(23·잘츠부르크)은 광고판을 뛰어 넘어 일본 응원단이 모여있는 좌석 앞으로 천천히 뛰어가 또 한 번의 '산책'을 즐겼다. 대회 내내 부진과 태도 논란 속 미운 오리였던 황희찬이 한일전 결승골과 산책 세리머니로 완벽한 반전을 이뤄낸 경기이기도 했다.
 
지난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황인범이 선취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황인범이 선취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다시 1년 뒤, 안방인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79번째 한일전에서 다시 산책 세리머니가 나왔다. 황희찬과 같은 '96라인'이자, 최근 비판에 직면해 힘든 시간을 보냈던 또 한 명의 미운 오리 황인범(23·밴쿠버)이 그 주인공이었다. 황인범은 18일 끝난 E-1 챔피언십 최종전 일본과 경기에서 전반 28분, 한국을 승리로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린 뒤 산책 세리머니를 펼쳤다. 당초 세리머니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황인범은 "골 넣고 나니 산책 세리머니가 생각났다. 많은 선배들이 해왔고 친구(황희찬)도 작년에 했던 세리머니였다"고 설명했다. 비록 일본 관중들보다 한국 팬들이 많아 중간에 산책에서 하트 세리머니로 급히 변경하긴 했지만, 이 골로 한국이 승리를 거두면서 산책 세리머니=한일전 승리 공식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부산=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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