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범슨' 김학범(59) 한국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김 감독은 현재 22명의 선수들을 이끌고 내년 1월부터 태국 송클라에서 열리는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하기 위해 28일 전지훈련지인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상태다. 최종명단에 등록할 수 있는 선수는 23명이지만 출국 당일 인천공항에 22명만 소집했던 건, 마지막 한 자리를 김 감독이 바라는 대로 꾸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23명의 최종명단 마지막을 완성할 한 조각은 이강인(18·발렌시아)이었다. 이번 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해 치러진다.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세계 최초 8회 연속 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 진출의 쾌거를 썼던 한국은 이번 도쿄올림픽 역시 본선에 올라 우리가 갖고 있는 기록을 9회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이번 U-23 챔피언십에서 최소 준결승 진출 이상의 성과를 내야한다. 대회에 걸려있는 티켓은 개최국 일본을 포함해 3장. 일본이 4강에 진출한다는 전제 하에 4위 안에 들어야하고 만약 일본이 4위 이하로 처질 경우 3위까지 올라야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문제는 이 대회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이 걸렸던 2016년 2회 카타르 대회 당시 결승에서 일본에 패하긴 했지만 준우승을 차지해 8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4년 오만에서 열린 1회 대회 때 이라크(1위) 사우디아라비아(2위) 요르단(3위)에 이어 4위에 올랐고 2018년 중국에서 열린 3회 대회 때도 우즈베키스탄(1위) 베트남(2위) 카타르(3위)에 밀려 4위로 마쳤던 점을 고려하면 대회의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다.
김 감독이 '해외파' 이강인, 혹은 백승호(22·다름슈타트)를 불러들여 100% 전력으로 대회에 나서고자 했던 이유다. 조 편성부터 우즈베키스탄, 중국, 이란 등 강국들과 엮여 '죽음의 조'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상황이라 이들에 대한 간절함은 더욱 깊어졌다. 독일 무대 진출 후 팀의 핵심으로 거듭난 백승호는 물론,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골든볼 수상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확실하게 알린 이강인의 합류는 김 감독에게 천군만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FIFA의 의무 차출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 대회라 두 선수의 소속 구단과 협의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백승호는 일찌감치 포기 수순을 밟았다. 다름슈타트의 차출 조건이 조별리그 기간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이강인의 차출에도 걸림돌이 있었다. 부상으로 11월 말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이강인을 발렌시아가 쉽게 보내주려 할 리 없었다. 발렌시아 내부에선 이미 이강인의 부상 복귀 시점을 1월 말로 보고, 휴가 복귀 후 메디컬 테스트를 통해 재활시키려는 준비가 한창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최종명단 제출 마감일인 29일 자정(말레이시아 기준)까지도 계속 이강인의 합류를 위해 발렌시아와 얘기를 나눴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김 감독은 제3의 카드인 풀백 윤종규(21·FC서울)로 남은 한 자리를 채웠다. 원하던 카드를 모두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험난한 도전에 나서게 된 김학범호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본선 진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와 두차례 비공개 연습경기를 치른 뒤 내년 5일 조별예선 1차전 개최지인 태국 송클라에 입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