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배구가 2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공·수 주축 전광인(29·현대캐피탈)과 정지석(25·대한항공)의 어깨에 달렸다.
대표팀은 오는 7일부터 중국 장먼에서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을 치른다. 예선(B조) 첫 경기부터 세계랭킹 16위 호주와 맞붙는다. 티켓을 단 한장. 20위 중국, 8위 이란 등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외부 시선은 낙관적이지 않다. 팬들도 도쿄행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대표팀 주장 신영석은 "'남자 배구는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했다. 난적 이란의 힘과 높이를 인정하면서도 "끈기와 집중력을 앞세운 수비력으로 물고 늘어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임도헌 대표팀 감독도 "(이란이)넘지 못할 정도의 팀은 아니다. 시합 당일 집중력과 간절한 마음이 승부를 좌우할 것이다"고 했다.
관건은 집중력이다. 정확히는 수비력이다. 공격 자원의 리시브 능력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고무적인 점은 대표팀 주전 레프트인 전광인과 정지석이 모두 준수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2019~2020 도드람 V-리그에서 각각에서도 40%가 넘는 리시브 효율을 기록 중이다. 전광인은 46.24%로 5위, 정지석은 48.42%로 2위다. 득점 쟁탈전을 이끌어야 하는 두 공격수가 끈기와 집중력까지 갖췄다는 얘기다.
국제 대회마다 국내용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공수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고 옵션이다. 시너지도 기대된다. 서로 V-리그 최고의 레프트라며 치켜세운다. "배우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훈련, 실전에서 호흡을 맞추며 생기는 경쟁심과 존중이 대표팀에는 활력이 될 수 있다.
선수 구성도 4강에서 탈락한 2019 아시아선수권과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게 한다. 정지석은 소속팀 선배이자 주전 세터인 한선수의 대표팀 재합류가 든든하다. 당시 무릎 연골 수술로 빠졌던 전광인도 신영석과 대표팀에서도 호흡을 맞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두 선배의 존재는 정지석, 전광인에게또 다른 힘이 될 수 있다.
정지석은 대표팀 합류 직전 "리그가 진행되고 있던 시점이기에 경기력이 충분히 올라와 있다. 이란이 여전히 좋은 전력을 갖췄지만 이번 대표팀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각오를 전했다.
남자 배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아시아대륙 예선 결과는 V-리그 흥행과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리그 대표 레프트 듀오의 역할이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