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이 밝은 뒤 처음 열린 남·녀 프로농구에서 공통점이 나왔다. 바로 1위팀이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것이다.
지난 1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서울 SK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 당시 SK는 1위를 질주하고 있었고, 오리온은 꼴찌였다. SK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올 시즌 3번 만나 SK가 3번 모두 승리한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은 완벽히 빗나갔다. '꼴찌의 반란'이 일어났다. 오리온이 83-75로 대어 SK를 잡았다. 최진수가 16득점 5리바운드, 이승현이 15득점 5리바운드 등 승리 주역으로 빛났다. 또 오리온은 상대의 에이스 김선형을 완벽히 봉쇄했다. 김선형을 막지못해 패배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김선형은 5득점 3리바운드에 그쳤다. 어시스트는 단 한 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꼴찌의 반란으로 인해 프로농구 1위 전쟁이 뜨거워졌다. 오리온에 발목이 잡힌 SK는 19승9패로 1위 자리는 지켰으나 2위 안양 KGC(18승10패)가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이다. 오리온은 꼴찌에서 공동 9위로 올라섰다. 경자년 시작과 함께 강렬함을 남기면서 2020년 반전을 예고한 오리온이다.
여자 프로농구에서도 1위 팀이 무너졌다. 새해 첫 날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하나원큐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 부산 BNK 썸의 경기. 누구나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은행의 승리를 예상했다. 신생팀 BNK에 거는 기대는 낮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BNK가 강했다. 4쿼터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56-55로 승리, 1점차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다미리스 단타스가 14득점 1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BNK의 값진 승리를 이끌었다. 국내 선수들의 활약도 빛났다. 김진영이 10득점을 쏘아올렸고, 안혜지(8득점 4리바운드 8어시스트)와 구슬(9득점 4리바운드)도 제몫을 했다.
여자 프로농구 역시 하위팀의 반란으로 인해 1위 전쟁이 뜨거워졌다. BNK에 무너진 우리은행은 12승4패로 1위 자리는 지켰으나 2위 청주 KB 스타즈(11승5패)에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우리은행을 잡은 BNK는 6승10패, 5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BNK은 우리은행 '킬러'로 등극하기도 했다. 올 시즌 우리은행에 2승을 거둔 유일한 팀이 BNK다. 4전 2승2패로 우리은행과 승률을 동률로 맞춘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남자와 여자 프로농구 모두 1위 팀이 무너지면서 2020년에는 더욱 흥미로운 순위 경쟁과 탄력이 붙은 하위팀의 반란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농구 팬들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