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던 김재환(32·두산)의 도전이 실패로 마무리됐다.
김재환은 협상 데드라인인 6일 오전 7시(한국시각)까지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6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공시된 뒤 30일 동안 이적 협상을 자유롭게 진행했다. 그러나 기대 이상으로 낮은 관심 속에 협상 마지막 날까지 거취를 확정하는 데 실패했다. 국내 에이전트인 스포티즌은 "포스팅 기간 메이저리그 4개 구단과 협상을 진행하였으나, 세부 계약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예상된 결과에 가깝다. 메이저리그 도전 자체가 '깜짝 시도'에 가까웠다. 당초 김재환은 포스팅 자격(7년)을 채우지 못했다. 시즌 중에도 해외 진출에 대한 낌새가 없었다. 하지만 11월 열린 국제대회 프리미어12에 출전하며 등록 일수 60일 혜택을 받아 극적으로 요건을 갖췄다. 대회가 끝난 뒤 두산에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혔고, 두산은 몇 차례 김재환의 에이전트와 만나 이를 논의한 뒤 고심 끝에 최종적으로 받아들였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이 영입을 검토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 일찌감치 미국 진출을 선언해 스카우트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았던 SK 김광현(32·현 세인트루이스)과 상황이 달랐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선수가 해외에 나간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첫 번째 옵션이 아니다. 당장 김재환이 팀에 필요한 선수고 검증이 끝났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전력이 없다.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계약이 2월까지 가능하다면 스프링캠프 동안 움직일 가능성도 있지만, 계약 가능 날짜가 정해져 있어 쉽지 않다"고 했다.
국내 에이전트 스포티즌이 마련한 장치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스포티즌은 포스팅 공시 전 미국 내 협상을 담당할 대리인으로 CAA Sports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CAA Sports는 2017년 오타니 쇼헤이(26·LA 에인절스)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과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고 제이콥 디그콤(32·뉴욕 메츠) 트레아 터너(27·워싱턴) 등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의 에이전트를 맡는 대형 회사다. CAA Sports의 미국 내 인지도와 회사 영향력을 이용해 계약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스포티즌의 생각대로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이 흘러가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계약하는 대상은 CAA Sports가 아닌 김재환이고, 김재환에 대한 가치와 매력은 다른 문제였다. 공교롭게도 김재환은 지난해 개인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전년 대비 타율, 홈런, 타점, 출루율, 장타율 등 공격 전 부분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홈런 타자라는 부분을 어필해야 하지만 15개밖에 때려내지 못하면서 강점까지 잃었다. 상품 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판매를 시작하니 구매하는 쪽에서는 쉽게 지갑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예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김평기 스포티즌 부사장은 "에이전시를 통해서 타격 영상을 보냈는데 마이애미를 포함해서 3개 구단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약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마이애미는 새해를 맞이하기 전 FA(프리에이전트) 외야수 코리 디커슨(31)을 2년, 총액 1750만 달러(204억원)에 데려왔다. 디커슨은 빅리그 통산 115홈런을 기록 중인 중장거리형 왼손 타자로 쓰임새가 겹치는 자원이다. 메이저리그 최약체로 전력 보강이 필요했던 마이애미가 영입전에서 철수한 게 뼈아팠다.
결국 마지막까지 '기적'은 없었다. 김재환은 2020시즌을 두산에서 뛰게 됐고 규정에 따라 11월 1일까지 재차 포스팅될 수 없다. 그는 포스팅이 끝난 뒤 "MLB 도전이라는 값진 기회를 허락해 주신 두산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 드리며 2020 시즌 두산의 통합 우승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