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도 알고, 감독도 알고, 지켜보는 농구팬들도 안다. 진부하지만 '이 없으면 잇몸'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팀이 없다. 그런데 그 잇몸, 씹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어느새 1위까지 씹어 삼켰다.
강력한 상승기류를 타고 단독 1위까지 치솟은 안양 KGC인삼공사 얘기다. 김승기(48) 감독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7일 홈인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경기서 73-67로 승리하며 리그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서울 SK가 19승(11패) 문턱에서 3연패에 빠지며 주춤한 사이 먼저 20승(11패)을 밟고,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올 시즌 KGC인삼공사가 1위 자리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고,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던 2016~2017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이후 처음이다.
KGC인삼공사의 약진은 그만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 때 서동철(52) 부산 kt 감독이 KGC인삼공사의 국내 선수 구성이 좋다며 "두려운 팀"이라 꼽긴 했지만, 그 앞에는 "양희종(36)과 오세근(33)이 건강한 몸이라면"이라는 전제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지금 KGC인삼공사는 오세근이 사실상 시즌 아웃되고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선두로 올라선 만큼 예상 외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적합할 것이다.
실제로 오세근이 전력에서 이탈한 뒤 KGC인삼공사가 거둔 성적은 10승3패다. 여기에 지난달 26일 창원 LG전에서 오른 손목 골절을 당한 신인왕 출신 가드 변준형(24)의 이탈 이후에도 4승1패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양희종의 몸상태도 완전하지 않고, 변준형 공백의 부담을 박지훈(25)과 함께 나눠져야 하는 박형철(33)도 삼성전에 종아리 통증으로 결장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1위로 올라선 저력이 대단하다. 부상 악재 속에서도 '이 없으면 잇몸'이라는 속담을 팀 전체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고비를 넘기는 힘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위험할 때마다 필요한 선수가 터져주고, 해줘야 하는 상황에서 악착같이 해준다. 김 감독으로선 매 경기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겠지만, 있는 자원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많이 뛰고 함께 수비하는 KGC인삼공사의 팀 농구는 상대를 뒤흔든다. 이상민(48) 삼성 감독이 얘기했듯 KGC인삼공사는 "많이 뛰고 수비를 잘하는" 팀이다. 실제로 숫자만 놓고 보면 평균 득점(78.2점·5위)이나 3점슛 성공률(28.9%·10위) 야투 성공률(43.2%·9위) 자유투 성공률(66.4%·10위) 리바운드(36.2개·5위) 등 1위 팀이라곤 믿기 어렵다. 그러나 경기당 평균 9.0개의 스틸(1위)과 5.8개의 속공(2위)을 기록하며 상대를 애먹이고, 착실하게 점수를 쌓아 승리를 챙긴다. 이까지 있었다면 더 강력했겠지만, 잇몸으로 버텨내게 만든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1위에 오르긴 했지만 KGC인삼공사가 힘들게 버텨온 건 사실이다. 김 감독도 삼성전이 끝난 뒤 "지금까지 경기 중 가장 힘들었다"고 진땀을 뺐다. 그래도 부상 악재 속 간절하게 기다리던 비장의 카드가 합류한다. 8일 전역 후 팀에 복귀한 이재도(29)와 전성현(29)이다. 특히 가드 포지션에 박지훈 한 명으로 버티고 있는 KGC인삼공사 입장에선, 오는 11일 LG전에서 곧바로 이재도의 복귀전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