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투수 김주한(27)에게 2020년은 '꼭 뭔가 보여주고 싶은 시즌'이다. 스스로 군 복무 전의 마지막 1년이라고 다짐하고 있어서다.
고려대를 졸업한 김주한은 2016년 신인 2차 드래프트 2라운드에 지명돼 SK에 입단했다. 첫 두 시즌 동안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쏠쏠한 활약을 했다. 2016년에는 39경기에서 59⅓이닝을 소화했고, 2017년엔 더 많은 63경기에 나가 69⅔이닝을 던졌다. 조금씩 프로야구 선수로 자리를 잡아 나갔다. 그러나 2018년 7경기에만 나선 뒤 시즌 도중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1년에 걸친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에도 11경기에서 12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지난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김주한은 "재활을 마치고 처음 돌아왔을 때는 우리 팀 투수들이 모두 기량도 좋고 구속도 빨라서 나 역시 기본을 무시하고 스피드만 생각했던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내가 생각했던 제구가 잘 안 돼 애를 먹곤 했다"고 돌이켰다.
의욕이 넘치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그는 "부상 역시 (프로에서 잘하고 싶은) 의욕이 앞서 팔 관리를 잘 못 했던 것 같다"며 "누구나 다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고, 잘 던지고 싶을 것 아닌가. 다칠 수는 수 있지만, 앞으로는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년의 부상과 부진은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 김주한은 지난해 11월 호주 캔버라에서 진행된 유망주 캠프에서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 "호주 캠프에서 코치님과 기본기에 충실히 하는 훈련을 주로 했다. 변화구도 체인지업은 자신 있기 때문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왔다"며 "내가 원하는 대로 어느 정도 제구가 됐기 때문에 효과가 있었고, 결과도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물론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안다. 12월과 1월에도 야구장에 매일 출근해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가 짜준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 공도 계속 던진다. 그는 "피칭을 할 때 80% 정도는 원하는 곳으로 던져야 경기 때 50~60% 정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훈련 때부터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 하고 있다"며 "이 좋은 감을 플로리다 스프링캠프까지 그대로 가져가고 싶어서 (호주에서) 돌아온 뒤에도 피칭은 쉬지 않게 계속했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SK 마운드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부동의 에이스였던 김광현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견고했던 SK의 5인 선발 로테이션에 빈자리가 하나 생겼다. 김주한은 외국인 투수 두 명과 박종훈, 문승원의 뒤를 잇게 될 5선발 후보들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그러나 그는 당장의 '선발 한 자리'보다 확실한 '내 임무'를 찾아내는 게 먼저라고 다짐하고 있다. "선발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긴 하지만, 일단 캠프에서 내가 잘하면 선발이든 중간이든 롱 릴리프든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나의 맡은 바 임무가 정해지면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런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어느 자리에서든 지금은 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먼저다. 2016년과 2017년에 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고 강조도 했다.
올해 말로 다가온 군 복무 계획은 그 각오를 다지는 원동력이 된다. 그는 "확실히 올 시즌 이후 공백이 생긴다는 마음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것 같다"며 "군대에 가기 전에 꼭 잘하는 모습을 보여서 팬이나 구단이나 감독님이나 코치님들 입장에서 (전역이) 기다려지는 선수로 남아 있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