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디노 계약이 처음 발표됐을 때 물음표가 대부분이었다. 팀에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보였다. 4번 타자 다린 러프(34)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영입한 선수지만 장타력이 뛰어나지 않다. 살라디노의 마이너리그 통산(9년) 홈런은 62개로 연평균 10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팀에 필요한 전문 1루수 자원과도 거리가 멀다.
삼성은 러프가 뛴 지난 3년 동안 1루수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프가 팀을 떠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1루 수비가 가능한 새 외국인 타자를 뽑는 거였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살라디노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3루수, 유격수, 2루수를 다양하게 소화한다. 심지어 외야수도 가능하다. 다만 1루수로 뛴 이력은 길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선 6경기, 통산 7이닝이 전부다.
문제는 중복 포지션이다. 살라디노가 맡을 내야 포지션에는 이미 붙박이 주전 선수가 자리 잡고 있다. 이원석(34·3루) 김상수(30·2루) 이학주(30·유격수)가 2020시즌에도 중용 받을 게 유력하다. 이원석을 1루수로 돌리고 살라디노가 3루수로 투입되는 방안도 있지만 어떻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성규(27) 박계범(24) 최영진(32) 그리고 신예 김지찬(19)까지 유독 내야수가 많은 팀 사정상 살라디노의 영입이 자칫 중복투자로 연결될 수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허삼영 감독이 생각하는 살라디노 활용법은 '멀티'다. 허 감독은 "기존에 있던 선수 중 144경기를 풀로 뛸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다. 포지션은 유동성 있게 탄력적으로 하려고 한다"며 "학주, 상수, 원석이가 있는 포지션 외에도 외야에도 관계없이 기용하려고 생각 중이다. 지금까지 고정된 (살라디노의) 포지션은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타자를 멀티 플레이어로 기용하는 건 '실험'이다. 살라디노는 지금까지 KBO 리그를 밟은 외국인 타자와 상황이 약간 다르다. 보통 한 방을 때려낼 수 있는 지명타자나 1루수 자원을 우선순위로 놓고 영입전을 펼치지만, 거포 유형도 아니고 자기 포지션도 일단 없다. 팀에 부족한 홈런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수비 다양성을 우선으로 생각한 판단이다.
허 감독은 "러프가 3년 동안 잘해줬다. 그런데 러프에 너무 몰린 현상이 있어서 팀 타선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앞뒤 타선에서 공략당하면서 러프가 피해를 많이 봤다"며 "확실한 4번 타자가 없지만 확실한 유틸리티 타자를 놔두자는 생각이다. 팀 컬러가 사실 바뀌는 거다. 거포에 의존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타선을 조율할 생각이다"고 했다.
자기 포지션이 없다는 건 외국인 선수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혼란이 가중될 여지도 충분하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협의가 이미 끝났다. 허 감독은 "살라디노에게도 정해진 타순과 포지션이 없다고 얘기했다. 1번을 칠 수 있고 4번과 9번도 가능하다. 본인이 미국에서도 이렇게 야구를 했으니 '임무를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