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첫 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이 드디어 출시됐다. 지난 15일 공식 출시 행사를 갖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2017년 4월 콘셉트 카를 선보인 이후 3년 만이다. 당초 지난해 말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차량 인증 지연과 내부 사정 등으로 출시가 미뤄졌다.
오랜 기다림이 반영된 듯 GV80의 초반 기세는 매섭다. 판매 첫날 계약 대수 1만5000대를 기록, 연간 판매량 목표치(2만4000대)의 60%를 넘었다. 이런 속도라면 이달 2만대 돌파가 가능하고, 다음달에는 연간 판매 목표를 모두 채울 가능성이 크다. 인기 비결은 뭘까. 지난 15일 GV80를 타고 일산 킨텍스에서 인천 송도 경원재 앰버서더 호텔까지 왕복 120㎞를 주행했다.
두 줄 그어진 차…무광도 눈길 GV80은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만큼 외관에 잔뜩 신경 썼다.
먼저 다양한 색감이 눈길을 끈다. 유광인 '로얄 블루'와 '카디프 그린' '리마 레드' 물론, 도로에서 쉽게 보기 힘든 무광 흰색인 '마테호른 화이트'와 무광 초록색인 '브런즈윅 그린'을 추가해 평범함을 거부했다.
'두 줄' 디자인도 색다르다. 전면부 4개의 램프(쿼드램프)는 상하 2단으로 분리돼 두 줄을 그린다. 이는 방패 모양의 그릴(크레스트 그릴)과 짝을 이뤄 우아하면서도 당당한 느낌을 준다. 이 두 줄은 앞으로 출시될 제니시스 차량 디자인의 기본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차체(전장과 전폭, 전고가 각각 4945㎜, 1975㎜, 1715㎜)는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형 디자인 덕에 날렵해 보인다. 언뜻 보면 전장이 비슷한 볼보 'XC90'(4950㎜)나 전폭이 같은 현대차 '팰리세이드' 보다도 작아 보인다.
실내는 '고급' 그 자체다. 조작 버튼을 최소화해 간결하다. 이를 14.5인치의 대형 스크린이 대신한다. 넓은 화면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내 적응된다.
대형 SUV인 만큼 내부 공간은 충분하다. 5인승 차량의 경우 트렁크가 상당히 넓어 눕히면 성인이 누울 수 있을 정도다. 7인승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성인은 물론 어린 자녀도 장시간 앉기는 버거워 보인다. 활용도가 낮아 추천하지 않는다.
탁월한 주행성능…아쉬운 'HDAⅡ' 원형 기어 다이얼을 돌려 주행 모드로 차를 출발시켰다. 전진과 후진, 주차, 중립 기능은 돌출형 기어 대신 오른손으로 돌려서 맞출 수 있는 다이얼 방식을 채택해 조작이 편리했다.
주행성능은 탁월했다. 6기통 3.0 디젤 엔진이 2215kg의 덩치를 움직이는데 버거워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최대 출력 278마력, 최대 토크 60.0kg.m의 성능으로 중속, 그리고 고속까지 주저함 없이 속도를 뽑아냈고, 저속에서도 수월하게 언덕을 넘었다.
도심에서 저속주행을 할 때 디젤차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소음이나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자유로에 진입해 속도를 높여도 별다른 소음 없이 묵직하게 힘을 내며 질주했다.
연비는 무난한 수준이었다. 인천 송도에서 경기 고양시까지 48.2㎞를 운전하는 동안 평균 연비가 ℓ당 11.1㎞였다.
각종 안전 시스템은 덤이다. 130㎞를 넘으면 운전석 옆구리 지지대가 저절로 몸을 조여줬고, 업그레이드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옆 차로에서 달리는 차까지 표시해줘 안전운전에 도움이 됐다.
다만 자동 차로변경 기능을 갖춘 '고속도로 주행보조(HDA)Ⅱ' 시스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자동으로 차선을 바꿔야 하는데 까다로운 실행 조건 탓에 실제로 구현하기에 어려웠다. 작동돼도 100m 넘는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 약 7초 뒤 차로변경을 해 다소 답답한 느낌이었다. 사람이라면 바로 차선변경을 할 수도 있는 탓이다.
가격은 경쟁력을 확보했다. 3.0 디젤 모델이 6580만원부터 시작된다. 다양한 옵션을 모두 탑재하면 8000만 원대 후반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경쟁모델인 벤츠 GLE가 약 9000만원, BMW X5가 약 1억원, 아우디 Q7과 볼보 XC90이 약 8000만원에서 출발하는 만큼 세계적 명차들과 비교하면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