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에이스 양현종(32)이 선수 생활의 분기점이 될 2020시즌을 앞두고 새 출발선에 섰다.
양현종은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 차려진 KIA 스프링캠프에서 러닝과 컨디셔닝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선수단과 함께 출국해 현지에 짐을 풀었고, 스스로의 루틴에 따라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
양현종에게 올 시즌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미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에 재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8월에는 12년 만에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2020 도쿄올림픽도 기다리고 있다. 양현종은 두말 할 것 없는 부동의 국가대표 에이스. 동갑내기 왼손 투수인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이 메이저리그로 떠났기에 올해는 에이스의 무게도 홀로 짊어져야 한다. 소속팀 KIA 역시 메이저리그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맷 윌리엄스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아들여 포스트시즌 무대 복귀를 노리고 있다. 양현종 앞에 놓인 목표와 숙제가 이만큼이나 많다.
그는 캠프 출발을 앞두고 "매년 이맘 때면 기분이 항상 똑같은 것 같다. 캠프에 가면 설레기도 하고 '시즌이 시작됐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모든 구단 선수들이 다 열심히 하겠지만, 우리 팀이나 나도 다른 팀이나 선수들 못지 않게 잘 준비하려고 한다"는 각오를 털어 놓았다.
지난 시즌 양현종은 출발이 좋지 않았다. 5월 이후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면서 이 부문 타이틀까지 차지했지만, 첫 달에 힘을 쓰지 못하고 부진한 게 스스로에게도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는 "지난해 처음부터 캠프에 합류하지 못해 팀에게나 나에게 모두 마이너스였는데, 올해는 같이 출발하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함께 시작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올해가 중요한 1년이라서가 아니라 매년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프지 않는 것이다. 코치님이나 어린 선수들과 대화를 하면서 캠프를 잘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양현종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강철 어깨'다. 171⅓이닝을 소화한 2014년부터 184⅔이닝을 던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2015년을 기점으로는 6년 연속 180이닝을 넘겼다. 그 안에는 200⅓이닝을 던진 2016시즌도 포함돼 있다. 양현종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기록이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어깨 피로도를 염려하는 외부 시선도 있지만, 스스로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올 시즌에도 승 수보다는 7년 연속 180이닝 이상 투구에 중점을 두고 시즌에 임할 생각"이라며 "그렇게 던지려면 아프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관리를 잘하겠다"고 했다. KIA의 많은 투수들이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불펜피칭을 시작했지만, 양현종은 아직 공을 잡지 않은 이유다.
그는 또 "그동안 많은 이닝을 던져서 주위에서 걱정을 듣긴 하지만, 원래 나는 몸이 유연한 편이다. 한 시즌 동안 몸을 다 쓰고 재충전한 뒤 다시 또 한 시즌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며 "나 자신은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캠프에서도 보강 운동을 꾸준히 해서 올 시즌엔 작년과 달리 시즌 초반부터 좋은 컨디션으로 출발하고, 시즌 내내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쿄 올림픽을 향한 각오도 확실하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일본과 결승전에서 역전 3점 홈런을 맞고 부진한 게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다. 양현종은 "아직 내가 대표 선수로 뽑힌 것은 아니다"라고 신중하게 한 발 물러나면서도 "정말 다시 한 번 국가대표가 돼 지난 대회의 성적을 만회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서 가기 때문에 팀이 잘 뭉친다면 반드시 좋은 성적이 날 것 같다"며 "지난해 아픔을 맛봤으니 나 역시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다를 것 같다. 반드시 이겨야하고, 설욕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메이저리그 진출과 KIA의 포스트시즌 재입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양현종은 일단 올 시즌 팀의 에이스 역할에 먼저 집중할 생각이다.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올려 팀을 이끈다면, 자연스럽게 시즌이 끝난 뒤의 도전에도 파란불이 켜진다. 양현종은 "올해는 나 개인적인 부분을 생각하기 보다 우리 팀과 국가대표 팀이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잘 해야 할 것 같다"며 "팀의 최고참이라 부담도 많이 되지만 선수들이 항상 내가 선발로 나올 때 집중해주고 수비로 잘 지켜준 덕분에 이닝을 많이 던질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야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