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포커스 MLB] 80년대 STL의 '달리는 야구'…현대는 불가능할까
일간스포츠

입력 2020.02.04 06:01

배중현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이 높은 구단은 코리안 메이저리거 보유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대표적인 게 박찬호를 필두로 서재응, 최희섭, 류현진(현 토론토)까지 적지 않은 한국 선수가 몸담았던 LA 다저스다. 그리고 이번 겨울 주목받는 팀이 하나 있다. 바로 세인트루이스다. 오승환(현 삼성)이 거쳐 간데 이어 김광현(전 SK)을 영입하면서 주목도가 달라졌다.
 
세인트루이스는 오랜 시간 동안 강팀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빅 마켓 팀과 수차례 명승부를 펼쳐내며 명문 구단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카디널 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구단 역사를 살펴봤을 때 1980년대 명장 화이티 허조그 감독이 이끌던 시절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지금의 '뉴 부시 스타디움'도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 아니지만, 당시 '부시 스타디움'은 철저히 투수들의 구장이었다. 이런 환경을 고려해 허조그 감독은 철저히 팀 컬러에 맞는 야구를 운영했다. 흔히 말하는 '기동력 야구'였다.
 
세인트루이스는 1964년과 1968년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1970년대를 비교적 조용히 보냈다. 하지만 허조그 감독이 사령탑(1980~90)을 맡으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가 팀 체질에 손을 댄 이유는 명확하다. 세인트루이스는 1971년부터 1993년까지 팀 홈런 100개를 넘어선 시즌이 두 번에 그쳤다. 그것도 최다가 101개일 정도로 홈런이 잘 나오지 않았다. 1970년대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하지 못한 세인트루이스는 1980년대에도 장타력이 부족했다. 
 
홈런을 여전히 잘 때려내지 못했지만 공교롭게도 성적은 180도로 변했다. 1980년대 세 차례(1982·1985·1987)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올랐고 1982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해냈다. 세 번의 월드시리즈가 모두 7차전까지 가는 치열한 시리즈였다. 이 기간 세인트루이스는 모두 리그 팀 홈런이 최하위였다.
 
1985년부터 3시즌 연속 100개 이상의 도루를 달성한 빈스 콜먼

1985년부터 3시즌 연속 100개 이상의 도루를 달성한 빈스 콜먼

 
반면 팀 도루는 세 시즌 모두 200개를 넘겼다. 심지어 1985년에는 팀 도루 300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3년 연속 도루 '100+@'을 달성한 빈스 콜맨을 비롯해 아지 스미스, 타미 허, 윌리 맥기 등이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녔다. 이들의 빠른 발은 수비벽을 탄탄하게 쌓는 데도 큰 힘이 됐다.  
 
현대 야구는 '힘의 야구'를 표방한다. 나날이 늘어나는 홈런 수치와 100마일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30년 전 세인트루이스가 보여준 달리는 야구가 현대 야구에선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세인트루이스 이후 가장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 구단은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팀 캔자스시티다. 일부에서는 그렉 홀랜드, 웨이드 데이비스, 켈빈 에레라, 라이언 매드슨으로 이어지는 막강 불펜을 우승 원동력으로 거론하는 경우가 있지만, 스피드와 수비 능력이 더 큰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현지에 존재한다.  
 
그해 캔자스시티 구단 팀 홈런은 139개로 아메리칸리그 평균보다 무려 37개나 적었다. 팀 내 최다 홈런 선수도 마이크 무스타커스와 켄드리 모랄레스가 기록한 22개였다. 홈런은 많지 않았지만 로렌조 케인, 알시데스 에스코바, 제로드 다이슨, 알렉스 리오스 등 기동력과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때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경기당 홈런이 1.39개로 역대 최다였다. 300개 이상 홈런을 때려낸 두 팀(미네소타·뉴욕 양키스)을 포함해 200개 이상의 팀 홈런을 기록한 팀이 무려 24개에 달했다. 세인트루이스는 210홈런을 쳐냈지만, 순위는 24위에 머물렀다. 반면 리그 도루는 경기당 0.47개로 1971년 0.46개 이후 가장 수치가 낮았다. 팀 도루 100개를 넘긴 팀은 7개이며 1위 텍사스의 기록은 131개에 불과했다. 경기당 하나가 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팀 도루 상위 7개 팀 중 워싱턴, 밀워키, 세인트루이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홈런 못지않게 도루도 중요하다.  
 
 
현대 야구의 흐름인 파워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 진리일까. 어느 정도의 균형감이 필요한 건 확실하다. 허조그 감독이 이끌던 세인트루이스와 마찬가지로 장타가 쉽지 않은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미네소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같은 팀들은 더욱 그렇다. 무조건 유행만 따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레트로' 감성을 살리며 본인에게 맞는 옷을 골라보면 어떠냐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이유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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