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통산 타율 현역 1위인 김태균(38·한화)에게 최근 몇 시즌 동안 따라붙은 꼬리표가 있다. 장타력 저하.
반발력이 저하된 공인구를 상대한 2019시즌에도 3할(0.305) 타율을 넘겼다. 데뷔 뒤 가장 적은 홈런(6개)를 기록하면서 평가가 절하됐다. 주전이 된 뒤에 가장 낮은 장타율(0.395)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소속팀의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김태균은 "이전에도 한 시즌을 치른 뒤 '만족한다'고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2019시즌은 너무 못했다. 부끄러웠다"고 돌아봤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재취득한 뒤 오랜 협상 끝에 '1년' 계약(계약금 5억원·연봉 5억원)에 사인한 이유도 연장선에 있다. 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이 다시 반등하기 위해서는 단합된 분위기가 필요하다. 악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게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짧은 보장 기간을 받아들였지만,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를 만들어서 자신을 몰아붙였다. 그는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나는 원래 나 스스로 다그치는 스타일이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물론 처음으로 장기 계약을 하지 못한 상황이니 기분이 다르긴 했지만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숙제는 명확하다. 팀 그리고 팬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타력 향상은 숙제다. 사실 그동안 이 지점에 집착하지 않았다. 김태균은 "어린 시절부터 나는 터무니 없는 스윙을 지양했다. 힘과 체격 조건 덕분에 거포라는 인식을 주긴 했지만, 홈런과 장거리 타구 생산을 의식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의 지향점은 한결같다. 배트에 공을 정확히 맞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대로 야구를 해왔다"고 말하는데 주저는 없다.
그러나 팀에서 맞고 있는 역할이 중심 타선에 나서는 타자이기 때문에 소홀할 수도 없다. 외부의 평가, 지난 시즌 부진을 수긍하는 이유다. 다가올 시즌에 장타력 향상을 표면적으로도 내세운 이유다.
다만, 지향점을 바꾸지는 않는다. 애써 홈런 스윙을 하진 않겠다는 의미다. 김태균은 감소한 홈런과 장타율에 대해서 공인구 탓을 하지도 않았다. 체감하는 타구의 변화를 인지하지만, 자신이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며 얻은 교훈도 있다. 그동안 해온 훈련과 자신의 야구관을 믿는다. "일단 정확히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현역 황혼기에 있다. 아직 끝은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부분들도 눈이 가기 시작했다. 김태균은 "20년 동안 프로 선수로 생활하면서 기록은 연연하지 않았다. 통산 타율도 현역 1위(0.323), 역대 2위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은 없다. 그러나 점차 마지막을 향해가면 의식이 될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야구를 지키면서 한화에 힘이 되고 싶다. 마지막 염원도 당연히 우승이다. 한솥밥을 먹던 배영수, 이범호가 다른 팀에서 우승에 기여한 모습은 귀감이 됐다.
김태균은 "가장 부러운 게 두 선배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배)영수 형이 보여준 마무리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우승을 하고 현역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정말 부럽다. 우승이면 너무 좋고, 2018시즌처럼 다시 한번 포스트시즌에 나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리그 최고의 타자.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시계에 맞서면서도 자신의 야구를 지키려 한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한화의 도약이다. 김태균의 2020시즌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