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기를 겪은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발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당연히 훈련,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하주석(26)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는 "몸도 마음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의 주전 유격수인 하주석은 지난해 3월 28일 광주 KIA전에서 수비하다가 왼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다섯 번째 경기 만에 시즌 아웃이 됐다. 개막 전부터 부상자가 많던 한화는 하주석마저 이탈하며 전력이 약해졌다.
수술을 받은 뒤 10개월 동안 재활에 매진했다. 돌아보기 싫은 시간이다. 하주석은 "너무 길다. 같을 일과를 반복하는 것도 힘들었다. 초기에는 걷지 못하다 보니까 답답한 마음도 컸다"고 했다.
그러나 완벽한 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실제로 10일(한국시간)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진행된 한화의 스프링캠프 9일 차 훈련에서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기운도 좋았다. 하주석은 "세심하게 재활을 이끌어주셨고, 불안한 마음이 생길 때마다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셨다"며 홍남일 트레이닝 코치를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화는 2018시즌에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시즌은 9위에 그쳤다. 악재가 많았다. 차기 시즌, 도약을 노린다. 하주석의 복귀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훈련이 끝난 뒤 하주석은 "실내에서만 재활했다. 야외에서 운동하는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이어 "팀 선배들이 활기찬 훈련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좋은 선배가 많기 때문에 배움도 늘어간다. 나도 어느덧 후배가 많고 책임감도 커진다.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가장 큰 목표는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지난 시즌 하위권에 머문 탓에 전망은 밝지 않다. 그러나 고참급 선수들부터 쇄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주석도 믿음이 있다. 그는 "2018시즌에 짧았지만 가을 야구를 경험했다. 지난 시즌은 하위권이었지만 다시 도약해서 가을에 야구를 하겠다는 의지가 선수단 전체에 전해진다"고 했다.
달라진 타격 지향점으로 힘을 보태려고 한다. 하주석은 "최근 몇 년 동안 장타를 생산하려는 욕심이 컸다. 이제는 정확한 스윙을 통해 더 많은 안타를 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고 했다. 그는 부상 탓에 반발력이 저하된 공인구를 제대로 접하지 못했다. 이미 타자들 사이에 악명이 높아진 변수. 콘택트 스윙을 돌파구로 삼았다.
수비도 자신 있다. 수 년 전에 자신처럼 내야 기대주에서 주전으로 올라선 정은원과 센터 라인을 지킨다. 하주석은 "힘들 수 있는 상황에서 잘 버텨준 (정)은원에게 미안하다. 정근우 선배와 키스톤 콤비를 맞추며 배운 부분들을 전해줄 생각이다. 다른 9구단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키스톤콤비가 될 것이다"고 했다.
하주석은 같은 부위에 수술한 나성범과 고충을 나눴다고 한다. 그는 "아무래도 같은 심정이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서로 '앞으로는 다치지 말고 야구를 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개인 목표를 숫자로 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꼬리표가 될 수 있는 부상 이력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털어내고 싶다. 지향점을 추구하면서 건강하게 2020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