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는 이강철(53) 감독, 지원하는 이숭용(49) 단장의 입에서 자주 언급되는 선수가 있다. 외야수 배정대(25)다.
타격 능력만 뒷받침되면 주전으로 내세울 수 있을 만큼 빼어난 수비력을 갖춘 선수다. 지난 시즌 초반에는 성장세도 보여줬다. 교체 출전 탓에 감을 잡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타율 0.278를 기록했다. 당시 이강철 감독은 "(배)정대가 중견수로 자리를 잡아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외인 멜 로하스 주니어가 지키는 자리지만 국내 선수가 주전으로 올라서면 영입과 활용 모두 더 다양한 선택지를 둘 수 있었다.
그러나 5월 10일 키움전에서 상대 투수가 던진 공에 맞고 우측 척골 골절상을 당했다. 수술을 했고 석 달 가까이 이탈했다. 상승세도 꺾였다. 그사이 좌익수는 김민혁이 자리를 잡았고, 강백호의 손바닥 부상 이탈 공백을 메운 조용호도 존재감을 증명했다. 외야 백업 순위도 밀렸다.
감독과 단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마무리캠프에서 보여준 성과 덕분이다. 약점으로 여겨지던 타격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고 주목받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강철 감독은 그를 향해 "전지훈련 내내 열정적이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고, 상황 대처, 콘택트 능력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스프링캠프 명단 합류를 예고했고, 어렵게 찾은 좋은 감을 비활동기간에도 잘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좋은 페이스를 이어갔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 캠프에서 만난 이숭용 단장은 "데이터를 보면 타구 속도가 전년 대비 20km(시속) 이상 빨라졌다"며 "자신 있게 지켜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다"고 했다.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이강철 감독도 "확실히 배트 스피드가 빨라졌고, 정확도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아직은 백업 외야수다. 중견수는 외인 로하스가 있고 우익수는 팀 내 최고 타율과 출루율을 기록한 강백호가 지키고 있다. 좌익수는 김민혁이 나선다. 이미 테이블세터로도 낙점됐다. 그러나 워낙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선수는 "비시즌 동안 사람들과의 만남도 피하면서 준비에 매진했다. 야구 인생에 가장 열심히 했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외야진에 경쟁 시너지가 기대된다.
마무리캠프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준 선수는 또 있다. 배정대처럼 수 년째 잠재력만 인정 받는 오태곤(29)과 문상철(29)이다. 두 선수는 나란히 주전 1루수 후보다. 이 감독이 심우준을 리드오프로 내세우면서 그가 맡던 9번 타순에는 장타력이 좋은 선수로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발이 느린 주자가 7, 8번에 나서기 때문이다. 오태곤과 문상철 가운데 더 좋은 타격 컨디션을 보이는 쪽이 주전이다.
두 선수도 마무리캠프부터 변화를 준비했다. 사령탑이 기량 발전이 주목되는 5명을 꼽았고, 그 명단에 가운데 이름을 올렸다. 이전에도 '터질 때가 된 선수'라는 시선은 있었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해 나아졌다는 평가는 드물었다. 기대치는 매년 높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던 공통점이 있다. 두 선수는 나란히 결과로 증명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지난해 내야 백업으로 존재감을 보여준 박승욱(28)과 강민국(28)도 마무리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친 선수들로 평가된다. 박승욱은 주전 1루수를 노린다. 수비는 다른 두 후보보다 좋다. 강민국은 백업 유격수와 2루수로 나선다. 뎁스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