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시범경기 첫 등판, 김광현은 역시 '슬라이더'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2.23 13:27

배중현 기자
23일(한국시각) 뉴욕 메츠와 시범경기를 통해 세인트루이스 데뷔전을 치른 김광현. 연합뉴스

23일(한국시각) 뉴욕 메츠와 시범경기를 통해 세인트루이스 데뷔전을 치른 김광현. 연합뉴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의 '슬라이더'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23일(한국시각) 뉴욕 메츠와 시범경기가 끝난 뒤 마이크 실트 감독은 김광현에 대해 "슬라이더가 효율적인 피치였다. 날카롭고 깊이도 있었다. 확실히 좋은 투구였다"고 극찬했다. 이날 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 데뷔전을 치른 김광현은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나와 1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 19개 중 슬라이더 9개, 직구 7개, 커브 3개였다.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와 선발 경쟁에 들어간 상황에서 감독의 눈도장을 성공적으로 찍었다.
 
결정구는 단연 슬라이더였다. 1-0으로 앞선 5회 등판한 김광현은 첫 타자 라이언 코델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두 번째 타자 르네 리베라를 9구째 접전 끝에 볼넷을 내보내 흔들렸지만, 중심을 다시 잡은 것도 슬라이더였다.
 
1사 1루에서 상대한 제이크 해거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해 한숨을 돌렸다. 노볼-2스트라이크에서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에 꽂히는 슬라이더로 배트를 유인했다. 2사 1루에서 아메드 로사리오를 2구 만에 3루 땅볼로 잡아내 세인트루이스 시범경기 데뷔전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슬라이더는 김광현의 트레이드마크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에 슬라이더를 조합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KBO 리그 데뷔 시절부터 줄곧 유지했던 이른바 '투 피치' 유형이다.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간간히 커브를 섞기도 하지만 비중이 크진 않다. 구속이 평균 이상이고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하니 롱런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였다. SK에서 뛴 지난해 슬라이더 비율은 무려 38%(스포츠투아이 기준)로 40%에 육박했다. 커브는 9%. 어떤 변화구보다 많이 던졌다. 알고도 당하는 구종이었다.
 
그러나 한계에 부딪힌 적도 있다. 단조로운 투구 레퍼토리가 문제였다. 직구 아니면 슬라이더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에 가까웠다. 지난해 12월 지역 언론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에서 김광현에 대해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 피치 투수의 한계도 있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변화를 위해 2014년부터 체인지업을 배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왼손 투수의 체인지업은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 효과적이다. 직구처럼 오다가 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니 장타 허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관심을 끈 세인트루이스 데뷔전에선 체인지업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가장 자신 있는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선택해 타자를 상대했다.  
 
단조로울 수 있는 투구 레퍼토리지만 생소함과 제구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김광현을 전혀 상대해본 경험이 없는 메츠 타자들은 슬라이더에 연신 배트를 헛돌렸다. 정타로 맞아 나가는 게 없었다. 시범경기에 앞서 마이크 거쉬 세인트루이스 단장은 김광현에 대해 "직구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슬라이더를 높게 평가했다. 왼손 투수로 빠른 공에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는 건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슬라이더가 통했다는 건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수확한 가장 중요한 결과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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