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에 입성하는 외인 선수의 성공 법칙은 두 가지다. 압도적인 기량을 갖췄거나, 낯선 무대에서의 경험을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의지. 대체로 한국 문화와 야구를 존중하는 선수가 롱런한다.
두산 새 외인 투수 크리스 프렉센(26)의 기량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1차 캠프 불펜, 라이브 피칭에서 보여준 투구에 높은 평가를 하면서도 실전에서의 경기 운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새 소속팀을 향한 신뢰와 존중은 외인 영입 성공 계보를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준다. 프렉센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고, 마이너리그에서는 수준급 기록을 남긴 투수다. 그런 그가 최근 다섯 시즌 동안 리그 최고의 팀으로 인정받는 두산의 야구에 감탄한다.
지난 20일까진 진행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며 두산이 왜 강팀인지 실감했다. 그는 "생각보다 유연한 분위기에 놀랐고, 훈련에 돌입하면 모두가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이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벤치에서 지켜본 호주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대해서는 "한 선수, 한 선수 모든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탄했고 내가 등판했을 때도 든든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에 든든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프렉센은 모든 질문에 동료들의 환대와 친화력을 언급했다. 자신이 빠르게 연착륙하게 된 이유, 향후 실전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얘기할 때도 두산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베테랑 투수 유희관부터 2년 차 전창민까지 두루 이름을 꺼냈다. 소속팀과 동료를 향한 존중은 그가 빠른 속도로 한국 야구에 녹아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감상적인 생각만 할 순 없다. 프렉센의 비교 대상은 2019시즌 20승 투수 조쉬 린드블럼이다. 메이저리그에 역수출된 사례로 남는 선수가 프렉센이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다.
프렉센은 "전임과 비교되는 자체가 영광스럽다. 그만큼 잘 던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을 잘한다. 코칭 스태프도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기대만큼 좋은 투구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4일부터 시작된 미야자키(일본) 2차 스프링캠프를 통해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고 한다. 원래 지난 18일 호주 국가대표팀과의 2차전에 선발로 나선 예정이었지만, 비로 경기가 취소되며 비공식 데뷔전이 밀렸다. 그러나 2차 캠프에서는 일본 프로팀과 4연전(24~27일)을 치르고, 실업팀과 자체 청백전 등 실전 경기가 이어진다. 프렉센은 "등판이 불발됐다고 루틴이 망가진 건 아니다. 라이브 피칭을 통해 컨디션을 점검했고, 일본 팀과의 등판에 기대를 갖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네 시즌(2016~2019년) 동안 외인 투수 실패 사례가 없던 팀이다.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발판이다. 지난 시즌 KT 소속으로 뛰며 후반기에 빼어난 투구를 이어간 라울 알칸타라는 계산이 선다. 변수는 프렉센이다. 일단 성공 요건을 충족하는 성향을 갖춘 점이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