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라이브]함덕주 "기죽었었죠, 기록·보직에 얽매이지 않겠습니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2.25 08:11

안희수 기자
함덕주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두산 제공

함덕주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두산 제공

 
두산 좌완 불펜투수 함덕주(25)의 2019시즌은 부진했다는 인식이 있다. 
 
61경기(54⅔이닝)에 출전해 2승5패·16세이브·7홀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3.46. 소속팀 불펜의 주축이고, 투고타저 시즌인 점을 감안하면 평범한 기록이긴 하지만 저평가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시즌 초반에는 마무리투수를 맡다가 기복을 보이며 한 차례 2군에도 내려갔다. 그사이 자신의 자리를 이형범에게 내주기도했다.
 
2017시즌에는 선발로 24번 등판했다. 7승을 챙겼다. 이듬해는 클로저를 맡았다. 리그 대표 투수가 된 차우찬처럼 활용도가 높은 선수로 여겨졌고,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이러한 행보는 함덕주를 향한 기대치를 높여놓았다. 2019시즌이 냉정한 평가를 받은 이유다.
 
2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함덕주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마무리투수 복귀 의지다. 두산팬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수는 마음을 비웠다. 그는 "보직을 지키고, 얻는 문제로 자극을 받고 싶지 않다. 어떤 상황에 등판해도 내 공을 던지려는 생각뿐이다. 중간 투수로 나서는 게 심적으로는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행동 회로를 되짚어봤다. 함덕주는 자신이 부담감에 발목이 잡혔다고 본다. 2018시즌에 27세이브를 기록하며 유일한 약점이던 뒷문 강화를 실현한 주역이다. 그러나 커진 기대치에 부응하려는 의욕은 부작용이 됐다. 그는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돌아봤다. 
 
그 탓에 목표가 소박해졌다. 함덕주는 "한 시즌이 끝났을 때, '편안하게 잘 치렀다'는 마음이 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마무리투수에서 물러났을 때 의기소침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언제부터 그런 투수였나'하는 생각도 들더라. 마운드 위에서는 투구만 집중할 수 있도록 편안한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겠다. 숫자에도 연연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많은 지도자가 싸움닭 같은 기질을 가진 투수를 선호한다. 함덕주의 각오는 견해에 따라 공감받지 못할 수 있다. '마무리투수는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한 시즌 동안 1군에서 뛰는 게 목표다'는 그의 각오도 자칫 근성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그러나 함덕주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심리 관리를 통해서라도 타자와 자신의 공에만 집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2019 프리미어12 대회 국가대표팀에 선발됐을 때 뼈저리게 느꼈다. 자신이 태극마크를 달아도 되는 선수인지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내 공을 던지는 느낌이 없는데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아무리 영광스러운 기회가 주어져도, 심적으로 흔들리면 마운드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2019시즌을 실패한 시즌으로 치부하진 않는다. 포인트(세이브+홀드)도 20개 이상 기록했고, 등판 수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음을 비우고 등판한 후반기에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만족할 수 있는 투구를 하는 데 집중한다. 볼넷 허용에 대한 부담감, 좌타자에 약하다는 비판도 연연했다. 이제는 마치 처음으로 1군에 입성했을 때처럼 그저 버티고, 도전하는 자세로 시즌을 보낼 생각이다.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지 않는 선수도 있다. 함덕주처럼 내려놓는 게 정상을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각오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배움도 생길 것이다. 성장과 도태기로에 있는 젊은 투수의 행보가 주목된다. 
 
미야자키(일 미야자키현)=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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