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32·두산)은 최근 세 시즌(2017~2019년) 동안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다. 조바심은 줄었고, 노하우는 쌓였다. 부상 재활 경험도 큰 자산이 됐다. 2020시즌을 준비하는 현재, 그는 결과보다 과정에 시선을 둔다.
입단 11년 차까지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실전 경험이 쌓이자 김태형 감독도 발전 정도를 인정할 만큼 공수 모두 좋아졌다. 출전 이닝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루수 오재원이 부재할 때는 주전을 맡았다. 2018시즌에는 타율 0.333·26홈런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그러나 상승세를 이어 가지 못했다. 2019시즌 시범경기에서 내복사근 부상을 당했다. 개막 셋째 주에야 1군 엔트리에 합류했지만, 나흘 만에 통증이 재발했다. 그의 시즌은 5월 말부터 시작됐다. 타율(0.277)은 나쁘지 않았지만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부상은 그의 스프링캠프 지향점을 바꿔 놓았다. 지난달 21일까지 호주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선수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주환은 "현재 컨디션과 연습 경기 결과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오버페이스를 경계하는 게 아니다. 계획한 대로 단계를 밟아서 개막전을 향하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에 개막 전에 부상을 당해 보니, 캠프는 준비하는 시기에 대한 생각이 커졌다. 지금 안타 한 개를 더 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고 만족할 필요도 없다. 명확한 목표를 두고 한 단계, 한 단계 확실히 나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제대로 그 과정을 거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포지션 경쟁자 오재원(35)은 무릎에 이상이 생긴 탓에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일본 미야자키 2차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최주환이 현재 시점에서는 주전이다. 24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일본 프로팀 오릭스, 세이부 1군과의 구춘 대회에서도 선발 출장했다. 세이부전에서는 메이저리거 출신 마쯔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깔끔한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멀티 출루.
마쯔자카 상대 안타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학창 시절에 최고던 투수다. 현재 공으로 내가 평가를 하는 건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제 실전 첫 경기라고 들었다. 지금 141km(시속)이 나와도 시즌이 시작되면 143~144km까지는 오를 수 있다. 판단할 시기가 아니다"고 했다.
기량이 검증된 선수이기 때문에 시범경기 모습은 평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자신도 그런 상태라고 생각한다. 주전이라는 자세가 명확해진 모양새다. 그도 백업일 때는 이 시기에 과욕을 부렸다. "아무래도 그 시기에는 한 타석에도 보여줘야 할 게 많았다"며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본 무대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졌다. 단계별로 자신이 정한 숙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