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강등 위기 왓포드한테 한 방 먹었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3.02 08:34

0-3으로 대패, 44경기 무패 끝나
대체 수비수 로브렌 공략에 당해
“위태롭게 버티던 댐이 무너졌다”
리그·FA컵·챔스 향후 일정 불리

리버풀을 상대로 두 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는 왓포드 선수와 홈 관중. 실점 후 고개를 떨군 리버풀 알리송 골키퍼(왼쪽). [AP=연합뉴스]

리버풀을 상대로 두 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는 왓포드 선수와 홈 관중. 실점 후 고개를 떨군 리버풀 알리송 골키퍼(왼쪽). [AP=연합뉴스]

 
‘지는 법을 잊었다’던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이 끝내 쓰러졌다. 상대는 리그 하위권을 전전하던 ‘말벌군단’ 왓포드였다. 말벌의 독침에 찔려 주저앉았다. 각종 기록 수립 행진도 막을 내렸다.
 
리버풀은 1일(한국시각) 영국 왓포드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19~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왓포드에 0-3으로 완패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리버풀은 후반에만 세 골을 내줬다. 후반 9, 15분 왓포드 공격수 이스마일라 사르(22·세네갈)에게 연속 실점했고, 후반 27분 트로이 디니(22)에게 한 골을 더 내줬다. 모하메드 살라(28·이집트)-호베르투 피르미누(29·브라질)-사디오 마네(28·세네갈)의 리버풀 공격진, 이른바 ‘마누라 트리오’가 모두 나서고도 무득점에 그쳐 패배의 뒷맛은 더욱 썼다.
 
이날 패배로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공들여 쌓아 올리던 각종 기록은 와르르 무너졌다. 개막 후 27경기 연속 무패(26승1무), 최근 18연승,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44경기 무패(39승5무) 행진이 ‘올 스톱’됐다. 아스널이 2004년 작성했던 시즌 무패 우승(26승12무)과 최다 연속 무패(49경기) 기록은 추월을 눈앞에 두고 멈춰섰다.
 
 
왓포드전서 끝난 리버풀 연속 기록

왓포드전서 끝난 리버풀 연속 기록

 
희비를 가른 건 집중력 차이였다. 시즌 조기 우승을 눈앞에 둔 리버풀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웠다. 눈에 띄는 실수도 잦았다. 반면, 강등권에서 생존 경쟁 중인 왓포드는 선수들 눈빛이 날카로웠다. 왓포드는 올 시즌 한 번도 지지 않은 팀을 상대하면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공 점유율은 71%대 29%로 리버풀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하지만 슈팅은 14 대 7로 왓포드가 앞섰다.
 
리버풀의 세 차례 실점 장면 모두에서 수비진 실수가 두드러졌다. 첫 실점에선 왓포드 아담 마시나(26·이탈리아)의 스로인이 압둘라예 두쿠레(27·프랑스)를 거쳐 사르의 슈팅으로 연결됐다. 이 과정에서 리버풀 선수 다섯 명이 패스 루트 주변에 있었는데도, 누구 하나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두 번째 실점 장면도 비슷했다. 왓포드 윌 휴즈(25)가 발뒤꿈치로 패스한 공이 오른쪽 터치라인을 타고 흘렀다. 리버풀 선수들은 이를 그저 지켜봤다. 디니가 공을 잡아 바로 최전방에 찔러줬고, 사르가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추가골로 연결했다.
 
‘골리앗’ 리버풀의 약점을 파고든 왓포드의 전략도 돋보였다. 경기 내내 최전방 공격수 디니가 리버풀 중앙수비수 데얀 로브렌(31·크로아티아)을 자극해 거친 몸싸움을 유도했다. 로브렌의 실수를 유발해 슈팅 기회를 만들려는 의도였다. 경기 후 디니는 “부상으로 빠진 리버풀 주전 센터백 조 고메즈(24) 대신 출전한 로브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작전을 짰다. 로브렌을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파트너이자 월드클래스 수비수 버질 판 다이크(29·네덜란드)보다는 수월했다”고 말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위르겐 클롭(53·독일) 리버풀 감독도 완패를 시인했다. 그는 “누구나 진다. 패배를 기다린 건 아니지만, 분명 언젠가 일어날 일이다. 기록 도전은 끝났고, 우리는 이제부터 비로소 우리 축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리버풀이 털고 일어설지는 미지수다. 근래 리버풀 경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지난달 16일 노리치시티를 상대로 고전한 끝에 1-0으로 이겼다. ‘경고음’의 시작이었다. 사흘 뒤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 0-1로 졌다. 지난달 25일 정규리그 웨스트햄전에서는 5골 난타전 끝에 3-2로 간신히 이겼다. 
 
향후 일정도 리버풀에 불리하다. 5일 첼시와 FA(축구협회)컵 맞대결을 시작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12일), 지역 라이벌 에버턴과 ‘머지사이드 더비’(17일)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정규리그 우승의 9부 능선을 일찌감치 넘은 리버풀에게 더 중요한 과제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제패"라면서 "무패 우승 등 대기록 도전에 실패한 게 리버풀 선수들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지지 않는 팀’ 이미지를 잃은 건 반갑지 않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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